국내 신약 벤처 하임바이오가 다음달 초 대사항암제 ‘스타베닙’의 임상 1상 시험을 마무리한다. 내년에는 임상 2상을 시작하고 기술수출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김홍렬 하임바이오 대표(사진)는 22일 “스타베닙의 안전성이 확인되면 연말까지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스타베닙은 암세포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대사 과정을 방해하는 훼방꾼이다. 암세포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을 차단해 굶겨 죽이는 항암제다. 면역작용을 통해 암을 치료하는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의 뒤를 이을 4세대 항암제 후보로 꼽힌다.

스타베닙은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펜포르민과 목화씨에서 유래한 고시폴 등 두 가지 성분으로 된 물질이다. 세포 속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 작용한다. 미토콘드리아는 당을 재료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세포 내 발전소 같은 곳이다. 정상 세포라면 미토콘드리아가 당을 받아 에너지를 만들고 그 에너지로 성장한다. 암세포는 다르다. 암세포는 몸 안의 알데히드탈수소효소(ALDH)를 이용해 전자전달물질(NADH)을 만들고 이를 미토콘드리아로 보내 에너지를 생성한다. 고시폴은 ALDH 생성을 막아 암세포가 굶어 죽도록 한다. 밥줄을 끊는 것이다. 펜포르민은 NADH가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못 만들게 방해한다.

하지만 펜포르민은 일부 연구에서 항암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펜포르민을 단독 투여할 경우 5000명 중 2명꼴로 면역세포(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는 것이 보고됐다. 암세포가 젖산을 생성해 주변을 산성(pH3.8)으로 만들어 T세포의 접근을 막은 것이다.

하임바이오는 고시폴로 해결법을 찾았다. 고시폴을 병용 투여했더니 암세포 주변이 pH7까지 중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김 대표는 “스타베닙은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에너지 대사를 방해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암종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하임바이오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상에서 고시폴과 펜포르민을 각각 투여했을 때 독성이 없다는 점과 최대 투여 용량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임바이오는 임상 2상을 국내뿐 아니라 미국·호주에서도 진행할 계획이다.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과 췌장암·난소암 등 희귀 고형암이 대상이다. 스타베닙을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하는 임상도 준비 중이다.

대사항암제는 조금씩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분야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첫 승인을 받은 대사항암제는 BMS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 아이드하이파다. 당뇨약인 메트포르민 등을 대사항암제로 개발하려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