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나라 안팎의 거센 지탄에도 불구하고 언론중재법을 국회 법사위를 거쳐 25일 본회의 처리를 강행할 태세다. 사립학교법과 탄소중립기본법 등 다른 쟁점법안들도 일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대선을 앞두고 ‘입법 대못박기’로, 지난해 총선 압승 이후 입맛에 맞는 법들만 일방 처리하는 오만을 일삼다 재·보선에서 참패한 교훈은 다 잊은 듯하다.

여당의 법안 처리 과정은 ‘입법농단’이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온갖 무리수와 꼼수를 동원해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깡그리 무시했다. 언론중재법과 탄소중립법 처리를 위해 범여권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여당에서 제명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을 안건조정위 야당 몫 위원으로 끼워 넣어 의결한 것은 비열한 꼼수다. 안건조정위 제도는 여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협의 기간을 90일까지 갖도록 한 것으로, 2012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국회선진화법 일환으로 주장해 도입됐다. 스스로 법 취지를 헌신짝처럼 내던졌으니 이런 이율배반도 없다.

논의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사립학교 교사 채용권을 교육감에게 위탁하는 사립학교법안은 사학의 자율권을 침해해 위헌 시비까지 제기된 마당이지만 계획한 토론회마저 열지 않았다. 탄소중립법안은 기업에 큰 부담을 지울 것이란 비판에도 법안 상정 두 달 만에 상임위에서 후다닥 처리됐다. 그래 놓고 여당은 언론중재법에 대해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국민피해 구제법’이라고 자화자찬하니 이런 억지가 없다.

야당인 국민의힘 대응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여당이 이런 악법 관철을 위해 치밀한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행동에 옮기고 있음에도 국민의힘은 녹취록, 토론회 개최 문제 등을 놓고 당 대표와 대선주자 간 집안싸움에만 정신이 팔렸다. 무엇이 시급하게 맞서 싸워야 할 현안인지도 모르면서 제1야당으로서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고 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이 상임위에서 법안 처리에 들어가자 회의장 앞에서 항의했지만, 떠나는 버스 뒤에서 지르는 허망한 고함에 불과했다.

뒤늦게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어제 언론중재법에 대해 ‘위헌소송과 정치투쟁 병행’(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후보 전원 당과 함께 투쟁’(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외쳤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청구 등 끝까지 저지를 다짐했다. 말로만 그쳐선 안 된다. 당의 명운을 걸고 여당의 독단·폭주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아예 당 간판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