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가히 떡볶이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소스와 첨가물, 조리법에 따라 종류가 셀 수 없이 많다. 간장 짜장 고추장 외에 기름 카레 크림 로제 치즈 카르보나라 등 소스만도 10여 가지에 이른다. 여기에 내용물에 따라 라볶이 쫄볶이 해물떡볶이 갈비떡볶이 피자떡볶이 차돌박이떡볶이 불닭떡볶이 등 그 종류가 다시 수십 가지 추가된다. 소스와 내용물을 교차 적용해 떡볶이 종류는 날마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 중이다.
이런 변신 덕에 떡볶이는 어엿한 대표 한류음식이 됐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떡볶이를 공식 상호로 붙인 프랜차이즈 기업만 총 146개에 달한다. 또 해외 수요도 늘면서 2018년부터 수출이 매년 5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수출이 늘어난데엔 그룹 BTS가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해외 언론에 소개되고, 떡볶이 떡의 유통기한을 대폭 늘리는 ‘상온유통 연장’ 기술과 지역별 맞춤형 마케팅이 효과를 내는 등 문화·기술·경영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최근 떡볶이가 엉뚱한 일로 입길에 올랐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6월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때 현장에 가는 대신 한 유튜버와 ‘떡볶이 먹방’ 동영상을 촬영한 게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세월호 사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2시간20분 부재를 비판하며 구속수사를 요구하더니 그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지사는 “내 경우는 다르다”며 버티다 이틀 뒤에야 “더 빨리 현장에 갔어야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떡볶이가 불으면 맛을 잃듯, 사과도 때를 놓치면 안 한만 못한 게 된다. 하기야 갖가지 ‘내로남불’에도 사과 한마디 없는 게 이 정부다. 그나마 사과라도 한 것을 평가해 줘야 할까.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