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됐던 반도체 공급난이 글로벌 자동차업계를 다시 덮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독일 반도체 회사 인피니온 등 현지 반도체 공장 25곳이 대부분 문을 닫은 영향이다. 하반기 자동차 수요마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더해지면서 실적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車업계 또다시 '셧다운 공포'…올해 감산 규모 700만대 이상 될 듯
22일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오토포어캐스트솔루션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세계 자동차 생산 차질이 716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7700만 대)의 9.3%에 달한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생산 차질이 288만 대 수준이었으나 부품 수급난이 길어지면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도요타는 다음달 글로벌 생산량을 50만 대로 낮춘다고 최근 발표했다. 생산량을 한 번에 40% 줄인 극약 처방이다. 도요타가 암울한 전망을 내놓자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줄줄이 감산 계획을 밝혔다. 폭스바겐은 독일 볼프스부르크공장을 3주간 1교대 근무로 바꿨다. 스텔란티스는 프랑스 공장 두 곳의 조업을 1주일 중단하기로 했다. 포드는 인기 차량인 픽업트럭 F-150을 생산하는 미국과 독일 공장마저 1주일가량 가동을 중단시켰다.

현대자동차도 이달 4주차 국내 공장의 생산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일부 라인에서 생산량을 조절할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에서 조달받는 엔진 컨트롤 유닛(ECU)용 반도체가 부족해서다. 다른 완성차 업체에 비해선 현대차가 잘 대응하고 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미주권역담당 사장은 최근 블룸버그TV에 나와 “최악은 면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월 단위로 생산량을 조절했으나 지금은 하루 단위로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요 급증과 맞물려 차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자동차업계의 호황을 이끌었다. 하지만 3분기부터 소비 둔화와 함께 공급난까지 더해져 실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상반기 정점을 찍었다”며 “하반기에 판매가 확 꺾이진 않겠지만 상반기의 ‘미친 수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현대차·기아의 실적과 글로벌 판매 대수가 2분기를 정점으로 3분기 소폭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분기 30조3261억원의 매출을 올린 현대차의 3분기 매출은 28조~29조원 선으로 전망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