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프간 여자축구 주장 칼리다 포팔 /사진=AFP
전 아프간 여자축구 주장 칼리다 포팔 /사진=AFP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표적이 될 우려가 있는 여자축구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축구 선수 권리 보호 단체인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행동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FIFA는 아프간 여자축구 선수들의 탈출을 위해 여러 정부에 서한을 보냈다.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집권함에 따라 여자축구 선수들은 보복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선수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은신처에서 숨죽여 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FIFA는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에 대해 "불안정하고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프가니스탄 축구 연맹 및 이해 관계자들과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선수들로부터 상황에 대해 업데이트를 받고 있다"고 했다.

FIFpro도 성명을 내고 "탈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가능한 많은 선수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아프간 여자대표팀 전 어시스턴트 코치 헤일리 카터는 숨어있는 선수들과 접촉한 이들 중 한 명이다.

카터는 "외부 사람과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선수들의 생명이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BBC World Service Spor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카터는 아프간 여자축구 선수들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숨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위험에 처한 이 선수들을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한 미국 해군은 한 선수로부터 "그들(탈레반)은 우리를 죽일 것이다. 여성이 축구하는 것을 원치 않아 우리는 위험에 처해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부르카를 입고 남성 뒤를 따라가는 아프간 여성들 /사진=AP
부르카를 입고 남성 뒤를 따라가는 아프간 여성들 /사진=AP
탈레반이 과거 1996∼2001년 집권하는 동안 여성들은 어떤 형태의 교육도 받지 못했다. 여성들은 남성 없이 집을 떠날 수 없었고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하고 외출해야만 했다.

2007년 창단한 아프간 여자축구 대표팀은 이 나라 여성들의 '자유의 상징'이었다.

전 아프가니스탄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이자 여성축구협회 공동 창립자인 칼리다 포팔(34)은 "탈레반은 과거 통치 시절 여성을 강간하고 돌팔매질하고 살해했다"며 "여자 축구 선수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팔은 "이웃이 자신들이 선수임을 알기에 대부분 집을 떠나 친척집에 있거나 숨어서 공포에 떨고 있다"며 "탈레반은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포팔은 탈레반 통치 속에 선수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없애고 축구 장비 또한 태워버려야 한다고 했다. 포팔은 "아프간 여자축구 대표팀이 다시 경기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워졌다"며 "여성들은 희망을 잃었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