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카드회사들이 인도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인도 당국이 규정 위반을 이유로 신규 발급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도 중앙은행(RBI)은 지난달 마스터카드에 신규 고객 유치 금지령을 내렸다. 마스터카드가 고객 데이터를 해외에 저장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어겼다는 게 이유다.

이 규정은 이른바 데이터 지역화 요건으로 불린다. 해외에서 처리된 모든 금융 데이터를 24시간 안에 파기하고 인도에만 저장하도록 한 조치다. 인도 당국은 지난 4월 또 다른 미국 카드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다이너스클럽에 대해서도 해당 규정을 위반했다며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글로벌 카드사 가운데 비자카드만 규정을 준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FT는 이에 대해 “세계에서 금융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시장 중 한 곳인 인도에서 카드사 등 미국 금융회사의 확장세가 꺾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인도 당국의 데이터 지역화 요건 같은 정책은 기업활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무역 장벽을 쌓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데이터 지역화 요건은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데이터 흐름을 방해하는 등의 역효과를 낳는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카드사들이 인도 시장에서 고전하는 사이 인도 기업의 영향력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결제공사(NPCI)가 운영하는 카드사 루페이는 지금까지 6억 개 이상의 카드를 발급했다. 인도 정부가 주도하는 모바일결제시스템(UPI)의 7월 거래 건수도 32억 건으로 1년 새 두 배로 증가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