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북정책, 文과 다를까…"北 잘못하면 그렇다고 말할 것"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22일 “북한이 잘못하면 잘못한다고 분명하게 우리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지사가 집권하면 향후 대북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지사는 이날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에서 한반도 평화정책을 담은 ‘대전환 시대의 통일외교 구상’을 발표했다.

이 지사는 현재 한반도가 대외적으로는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는 대전환 시대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대내적으로는 남북한 인구의 절대다수는 한국전쟁 이전 단일국가를 경험하지 않은 세대라는 점을 들며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로 봤다.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논란을 언급하면서 “이제 단일민족에 근거한 당위적 통일 논리로는 국민 동의를 얻을 수 없다”며 “통일외교 정책 역시 이념과 체제를 뛰어 넘어 남북 모두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남북협력사업에 대해선 “북한의 호응조차 없는 일방적 정책은 찬성하지 않는다”며 대표적 사례로 북한의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을 제시했다. 북한과 통일에 대한 국민인식의 변화, 우리 국민의 높아진 자부심과 강화된 공정의식을 반영한 새로운 대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게 이 지사의 지론이다.

하지만 이 지사는 북핵문제 접근법과 대일 외교 등에선 대체로 문재인 정부의 노선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핵문제 해법으로 ‘조건부 제재완화(스냅백)과 단계적 동시행동’을 제안했다.

이 지사는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을시 즉각적인 제재 복원을 전제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대북제재 완화조치를 단계적으로 동시에 실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도록 하거나 일괄 타결하는 ‘빅딜’에 대해선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 정부의 주도성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지사는 “조건부 제재완화와 단계적 동시행동 방안을 구체화해 미국과 북한에 제안할 것”이라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만나 문제를 풀겠습니다”고 했다.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선 ‘자주독립의 정신을 잇는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를 기치로 내세웠다. 이 지사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과감하게 나서겠다”면서도 “일본과의 역사 문제, 영토주권 문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문제에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