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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스트레스에 시달린 A는 수첩에 ‘자괴감을 느낀다, 지난 12년간 일할 만큼 했는데 이해할 수 없다’는 심경을 적기도 했다. 이후 기술원은 A씨를 다른 단장으로 전보하려 했지만 이는 사실상 좌천이었고, A씨는 “사람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 “벌거벗겨진 심정”이라며 전보를 강하게 거부했다. 진급에 어려움을 겪게 된 A는 2018년 11월초부터 스트레스로 10일동안 출근하지 못했고, 이후 수면장애와 수면부족, 우울감을 호소하며 입원치료를 받았다. 결국 12월 초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의 배우자는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신청했지만 공단이 ‘부지급 처분’을 내리자 소송을 낸 것이다.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수석부장판사)는 숨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단장 A씨의 배우자가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결정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상임이사 모집 절차가 공정하지 않았던 데다 30년 넘게 근무한 곳에서 좌천성 인사까지 예상되자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라며 “가정적·경제적 문제 같은 다른 이유도 없었고 이전에 정신과 진료 이력이 없던 점에 비춰보면, A가 인사와 관련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우울증세가 발현 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김 전 장관은 자신이 추천한 B를 상임이사 자리에 앉히려고 했지만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탈락하자 임원 공개모집을 다시 추진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김 장관은 서류 및 면접 심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오현아/곽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