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와 어울리는 편곡이 가능한 피아졸라와의 만남이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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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클래식 공연장이 탱고의 황금기였던 1950년대 아르헨티나의 클럽으로 바뀐다.
오후 8시, 그때 당시 밤에 빛나는 나이트클럽의 열기를 다음 달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느껴볼 수 있다.
10여 년 전부터 '탱고 전도사'로 불린 첼리스트 송영훈(47)과 더블베이스 연주자 성민제(31)가 올해 탄생 100주년이 된 아르헨티나의 탱고 거장 아스트로 피아졸라(1921~1992)를 조명하는 '나이트클럽 2021' 무대를 꾸민다.
최근 서울 용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2010년 8월 실내악 연주회 '7인의 음악인들'에서 호흡을 맞춘 뒤 가끔 실내악 연주를 했지만 함께 한 명의 작곡가에 집중하는 작업은 처음이라 기쁘고 설렌다"고 말했다.
송영훈은 "예전부터 피아졸라 공연을 많이 했기에 오히려 남들이 다 하는 올해엔 연주를 안 하고 있었다"며 "성민제가 기존의 정통 피아졸라를 떠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겠다는 아이디어를 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민제는 "피아졸라를 워낙 잘 아는 분이라 공연을 기획할 때 가장 먼저 연락했다"며 "저음 악기인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메인이 되는데, 잘 안 알려진 피아졸라의 곡들도 선보이는 게 이 공연의 차별점"이라고 덧붙였다.
송영훈이 "리허설할 때 음악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데 따로 더 말할 필요가 없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라고 칭찬하자, 성민제는 "첼로의 아름다운 소리에 충격을 받아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화답했다.
송영훈은 2006년 피아졸라 곡을 담은 첫 앨범 '탱고'(Tango)를, 2010년엔 피아졸라를 재해석한 앨범 '피아졸라 마스터웍스'를 냈다.
2009년 '송영훈 탱고 프로젝트' 등 각종 무대에서도 탱고 및 피아졸라의 곡들을 연주했다.
'무대 맨 뒷줄 악기'에 그치던 더블베이스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탐구하고 있는 성민제도 그간 독주회 및 각종 실내악 공연에서 틈틈이 피아졸라의 곡을 선보였다.
송영훈은 "피아졸라는 '거리의 춤'이란 인식이 강했던 탱고를 클래식 작곡 기법을 써 고급화했다"며 "탱고가 거리에서 나이트클럽으로, 나이트클럽에서 콘서트홀로 옮겨간 걸 보여주는 게 이번 공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송영훈은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신비한 푸가'(Fuga y misterio)라고 했다.
피아졸라의 오리지널 편성(5명)에 맞춰 첼로, 더블베이스, 클라츠 밴드(재즈베이스 최진배, 재즈 피아노 이한얼, 퍼커셔니스트 최승환)가 연주한다.
송영훈은 "피아졸라는 '푸가의 기법'을 만든 바흐를 가장 존경했는데, 본인만의 스타일로 새로운 탱고를 만들어냈다"며 "바흐의 창조물을 연주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다른 피아졸라의 명곡들도 나온다"고 말했다.
성민제는 "총 12곡을 연주하는데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해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곡마다 조명과 무대 연출을 다르게 표현하는데 모든 곡에 긴장감이 있어 하나라도 놓치면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피아졸라의 대표작 '나이트클럽 1960', '망각', '아디오스 노니노' 등을 비롯해 '고독', '천사의 죽음' 등 생소한 곡들도 선보인다.
7가지 악기를 조합한 1950년대 편성을 그대로 구현하는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하프(심소정)와 카운터테너(박서진)도 게스트로 참여한다.
"기존에 피아졸라 공연을 많이 접해본 관객한테도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무대가 될 거예요.
"(송영훈) "첼로와 베이스 간 긴장감 속에서 서로 주고받고 싸우는 멜로디가 재미있게 나타날 것 같아요.
"(성민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