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친구의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청주 여중생 A양의 부모들이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딸의 유서를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친구의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청주 여중생 A양의 부모들이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딸의 유서를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친구의 의붓아버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본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충북 청주 여중생 A양이 남긴 유서가 공개됐다.

A양의 부모는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품 정리 과정에서 발견된 A양의 유서 내용을 밝혔다.

A양은 유서를 통해 "부모님이 내 곁에서 위로해줘서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았다"며 "나 너무 아팠다. 솔직하게 다 털어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다 털면 우리 엄마, 아빠 또 아플까 봐 미안해서 못 얘기했다"고 힘들었던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A양은 "우리 아빠 누구보다 아주 여려 아파하실까 걱정된다. 아빠가 나 때문에 걱정 많이 하고, 잠 못 드는 거 싫다"며 "마음 쓰지 말고 편하게 지내셔야 한다. 꼭"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A양의 유서 또한 의붓아버지의 범죄 혐의를 증명하는 증거로 채택될까.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피해 내용에 대해 진술했고, 가해자가 성범죄로 구속되었다는 것은 범죄 소명이 어느 정도 되었다고 보인다"라면서 "형사소송법 제314조에서는 공판기일에 진술(피해자 증언)을 필요로 하는 자가 사망한 경우 피해자가 작성한 서류(유서)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경우에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명기돼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본 사안에서는 피해자가 자필로 써 내려간 손편지라는 점에서 증거로 채택함에는 문제가 없다"라면서 "제314조(증거능력에 대한 예외) 제312조 또는 제313조의 경우에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 및 그 밖의 서류(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하였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문자·사진·영상 등의 정보로서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을 포함한다)를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고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A양은 유서에서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지 않나.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떨리고 심장이 두근댄다"라며 "그만 아프고 싶어서 혼자 이기적이어서 미안하다"라고 적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서를 읽던 A양의 부모는 울음을 참지 못한 채 "가해자가 재판에서도 뻔뻔하게 범죄를 부인하고 있다"며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재판을 통해 엄벌해달라"고 울분을 토했다.

A양은 지난 5월 12일 오후 5시께 친구 B양과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두 여중생은 숨을 거두기 전 성범죄 피해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는 B양의 의붓아버지 C씨다.

여러 차례 구속영장이 반려되다 두 여중생의 죽음 이후에서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진 피의자 C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달 23일 비공개로 진행된 첫 공판에서 자신의 집에서 딸과 친구에게 술을 먹인 혐의(아동학대)는 인정했지만, 성범죄 혐의에 대해선 모두 부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