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mRNA 신약 및 백신개발업체 아보젠 바이오사이언스가 8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금액을 투자받았다. 민간 투자기관으로부터 유치한 금액 중엔 사상 최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보젠 바이오사이언스는 시리즈C 투자로 7억 달러(약 8230억원)를 투자받았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릴리아시아벤처스 외에도 테마섹 등 20여 기관투자자가 참여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에도 9200만 달러(1081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아보젠은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mRNA 백신을 개발해 임상에 나서면서 투자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모더나와 화이자가 개발한 mRNA 백신이 높은 예방율 때문에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저온에서 보관과 운송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화이자의 백신은 영하 60~90도, 모더나의 백신은 영하 20도에서 유통·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콜드체인이 보급되지 않은 지역이나 빈곤국은 사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mRNA 백신의 선두주자는 화이자와 모더나가 맞지만 아보젠이 상온백신의 임상을 성공한다면 판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아보젠의 ‘ARCoV’는 열안정성을 개선한 mRNA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로 현재 임상 3상 단계에 있다. 아보젠은 18세 이상 성인 2만8000명을 모집 중에 있다. 이중 고령층 비율은 25% 이상이 될 예정이다. 이번 라운드에 확보한 투자금은 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 3상에 투입된다.

ARCoV의 이론적 배경도 주목받고 있다. 아보젠사이언스의 설립자 보 잉 박사는 지난해 저명한 학술지 <셀>에 열안정성이 높은 mRNA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논문에 따르면 아보젠은 mRNA를 지질나노입자 캡슐로 감쌌으며, 그 결과 섭씨 25도(상온)에서 일주일 동안 안정적인 보관이 가능했다. 37도 이상 온도에서 일주일 이상 보관할 때 mRNA 성분의 13% 정도만 파괴되는 결과도 얻었다. 연구팀은 “일주일 이상 주변 온도에서 안정적인 만큼 콜드체인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백신을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나온다. 같은 mRNA 백신이라고 해도 예방율(효능)은 ‘상자를 열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독일 신약벤처 큐어백은 mRNA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에서 예방율이 47%에 그치자 주가가 급락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