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 때 우유 가격이 너무 싸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한국 우유 가격은 미국의 2배는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만큼 필수 식재료라고 볼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 비싼 건지 모르겠네요." (40대 주부 양모 씨)

"다른 제품 물가도 오르긴 했지만 우유값 인상은 특히 여파가 큰 것 같습니다. 과자, 아이스크림,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 값도 다 오르지 않을까요? 좀 신중하게 가격을 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30대 직장인 임모 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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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생산자, 가공업계 등이 참여해 우유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단체인 낙농진흥회가 원유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우유를 비롯해 원유가 포함된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밀크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격 인상 요인이 크다는 게 낙농진흥회와 유가공업체 설명이지만 이미 국내 우유값은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에 비해서도 비싼 상황이라 소비자들 볼멘소리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최근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을 L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올리기로 했다. 원유 가격은 2013년 정부가 도입한 '원유 가격 연동제'에 따라 결정된다. 이번 원유 가격 인상은 2018년 인상 이후 3년 만이다. 앞서 낙농진흥회는 2013년과 2018년 두 차례 원유 가격을 1L당 106원과 4원씩 올린 바 있다. 당시 유가공업체들은 곧바로 원유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했다.

낙농진흥회는 통계청이 매년 계산하는 우유생산비 증감액을 반영하고 전년도 소비자 물가인상률을 적용해 원유 가격을 결정한다.

다만 주요 국가에 비해 국내에서 시판되는 우유 가격은 이미 비싸게 형성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도시별 물가를 비교한 '눔베오' 사이트에 따르면 국내 1L 우유 판매가격은 2.08달러(약 2441원)로 109개국 중 9위를 차지했다. 일본(1.79달러) 영국(1.25달러) 미국(0.86달러) 등 주요 국가에 비해 높다. 한국보다 우유 가격이 비싼 곳은 레바논(3.47달러) 대만(3.32달러) 홍콩(3.06달러) 나이지리아(2.61달러) 싱가포르(2.48달러) 리비아(2.47달러) 자메이카(2.34달러) 노르웨이(2.11달러) 정도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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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및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을 만들어내는 업체에서는 이미 제품 가격 인상이 기정사실화 됐다고 봤다.

한 유가공업체 관계자는 "원유 가격 인상분 외에도 인건비 증가도 반영돼 우유 가격이 평균 100원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유 가격이 오르면 유가공 업체 입장에서는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다수 업체가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을 논의 중으로 안다. 업계 1위 서울우유의 가격 인상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랜차이즈 카페 업체 관계자 역시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반발이 걱정되기는 한다"면서도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 제품 가격은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원유 가격이 오른다고 판단해 낙농진흥회 대신 다른 위원회를 구성해 원유 가격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5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회의를 열어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지난 20년간 원유 가격은 소비 패턴·수요 감소와 무관하게 지속 인상돼왔다"며 "우리 낙농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가격결정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