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은 옛말'…코로나+세대교체 실패 LPGA 한국 위상 '흔들'(종합)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23일 끝난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에서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11년 만에 한국 선수 우승자가 없는 시즌이 됐다.

한국 선수는 2011년부터 작년까지 해마다 메이저대회에서 1승 이상은 수확했다.

메이저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한 명도 10위 이내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공동 13위에 오른 김세영(28)이 가장 높은 순위였다.

메이저대회라면 순위표 상단은 절반가량은 한국 선수로 채워진 그동안 일반적인 현상과 딴판이다.

LPGA투어에서 절대적이던 한국 선수들의 지배력이 크게 하락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LPGA투어에서 그동안 한국 선수들의 위상은 절대적이었다.

국적으로 치면 미국 다음으로 많은 선수가 LPGA투어를 누비며 본고장 미국 선수들을 앞서는 성과를 내왔다.

시즌마다 우승자의 3분의 1 안팎은 한국 선수들이었다.

30여 개 대회에서 10승 안팎은 한국 선수 차지였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달라졌다.

이번 시즌 들어 21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 챔피언은 3명뿐이다.

기대를 모았던 도쿄 올림픽에서도 메달 하나 건지지 못했다.

이런 위상 하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는 LPGA투어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 약화에 한몫했다.

지난해 LPGA투어 정상급 선수 상당수는 한국에 머물렀다.

그래도 메이저대회 3승에 시즌 최종전까지 휩쓰는 저력을 과시했지만,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여정이 쉽지 않아진 탓에 2021년 시즌 준비가 적지 않은 차질을 빚었다.

겨울 훈련과 출전 일정 스케줄이 늘 해오던 것과 달라졌고, 대회 출전 자체가 스트레스가 됐다.

세계랭킹 2위 고진영(26)이 메이저대회인 AIG 여자오픈 출전을 포기한 것도 영국의 코로나19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세대교체가 늦어진 것도 지배력이 떨어진 원인의 하나다.

LPGA투어에는 그동안 꾸준하게 새 얼굴의 한국 선수가 공급됐다.

특히 2015년부터 5년 동안 LPGA투어 신인왕을 휩쓴 김세영, 전인지(27), 박성현(28), 고진영(26), 이정은(25)은 KLPGA투어 최고 선수였다.

그러나 지난해에 KLPGA투어에서 LPGA투어로 옮긴 선수는 김아림(26) 1명이다.

김아림은 한국 무대에서 최고는 아니었다.

최혜진(22)의 미국 진출은 코로나19 사태로 꼬였고, 박민지(23)를 비롯한 KLPGA투어 정상급 선수들은 LPGA투어 진출에 유보적이다.

한국이 젊은 신예 선수의 LPGA투어 진출이 주춤한 사이 태국과 필리핀이 파고들었다.

21살의 패티 타와타나낏(태국)과 19살의 유카 사소(필리핀)는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며 한국의 공백을 메웠다.

22살의 신예 파자리 아난나루깐은 태국에 시즌 4승째를 안겼다.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시즌 3승을 쓸어 담고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딴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도 1998년생 23세다.

한국은 올해 우승자 박인비는 33살이고 고진영과 김효주는 26살 동갑이다.

전인지, 박성현, 이정은 등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의 부진이 길어지는 것도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지배력 약화에 결정타를 가했다.

이들의 부진 원인은 저마다 다르지만, 하필이면 코로나19 사태와 새 얼굴의 등장이 없어진 상황과 맞물렸다.

LPGA투어 전문가인 박원 JTBC 해설위원은 "평균타수 10위 이내에 한국 선수 4명이 포진해있다.

우리 선수들 경기력 후퇴가 아니라 미국과 태국 등 다른 나라 선수들의 실력이 향상되면서 상향 평준화가 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그동안 미국 선수들은 고교 때는 물론 대학에 진학해서도 적어도 2년 이상은 학업과 골프를 병행하는 게 관행이었지만, 한국 선수들의 성공 방정식을 보고 이제는 주니어 때부터 골프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PGA투어는 이제 메이저대회 일정은 마무리했지만,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박인비는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AP와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코로나19는 한국 선수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정확한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우리 모두 분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남은 10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의 분발과 반전이 기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