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 및 신소재 개발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수많은 원자 단위 조합 중 AI가 적합한 것을 고르고 가상 시뮬레이션 분석을 거치도록 하는 방식으로 테스트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그룹 계열사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AI 싱크탱크 AI연구원은 친환경 촉매와 광학 신소재 연구에 AI를 활용 중이다. 작년 말엔 캐나다 토론토대·맥마스터대,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과 함께 AI 기반 소재개발 컨소시엄 ‘A3MD’를 결성한 뒤 연구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화학제품의 효율을 결정하는 촉매 개발의 핵심은 ‘재료 조합’이다. 조합별로 반응 조건, 열역학적 안정성, 반응 속도 등도 제각각이어서 후보 물질 발굴과 테스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AI 기술을 적용하면 촉매 개발 기간이 대폭 감소한다. AI연구원 관계자는 “머신러닝을 통해 과거 실험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놓으면 AI가 합성 실패 가능성이 낮고 효율은 높은 촉매 조합을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엔 국내 연구진이 소재 합성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정유성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은 AI 딥러닝을 활용해 소재 합성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이미 합성 사례가 있는 물질 5만여 종, 가상 물질 8만여 종 등으로 이뤄진 소재 관련 데이터베이스 ‘머터리얼스 프로젝트’를 AI에 학습시켜 만든 모델이다.

해외 기업들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일본 최대 정유기업 ENEOS는 최근 AI를 활용해 친환경 합성 연료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후지야마 우이치로 ENEOS 중앙기술연구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 분석을 활용하면 화학 반응 한 번으로 가용 연료를 얻는 비율이 20%에서 60%로 올라간다”며 “저탄소 에너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이시은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