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사진)이 “한국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안전하게 우리나라로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아프간 난민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에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국에 협조한 아프간인들에 대한 대책을 묻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동안 한국이 아프간에 20여 년간 상당한 금액의 원조를 하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직접 참여하거나 도움을 많이 준 분이 상당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한국 정부의 활동을 지원한 아프간인의 이송 관련 방안을 우방국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 장관은 ‘많이 걱정하는 분들은 인천공항이 카불공항처럼 되지 말란 법이 있느냐는 말을 한다’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너무 황당한 비교”라고 맞받아치며 양측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정 의원은 “아프간처럼 설익은 평화협정은 오히려 평화를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교훈으로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정 장관은 “대한민국 정부가 아프간처럼 허약한 정부는 아니다”고 맞섰다. 정 장관은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의 ‘훈계 식으로 비치는 방식은 옳지 않다’는 지적에야 “훈시 조로 얘기했다면 잘못”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에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에는 선을 그었다. ‘관련 협의를 진행했느냐’는 김 의원 질의에 정 장관은 “지금은 그런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1일 미국 국방부가 아프간 피란민을 수용할 시설을 찾고 있다며 미국 외에도 한국·일본·독일·코소보 등지의 미군기지가 검토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정 장관은 이어 ‘아프간 난민을 수용할 경우 제반 비용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에서 지출되느냐’는 정 의원의 질의에 “만일 이런 것이 있다면 비용은 철저히 미국 측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20여 년간 한국에 협력한 아프간인은 400여 명으로 알려졌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