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3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3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을 방문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미국은 북한에 어떠한 적대적인 의도도 갖고 있지 않다”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대표가 이례적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기간 서울을 찾아 한국, 러시아와 잇달아 협의를 하고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내놓자 ‘미국이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23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후 취재진에게 “한·미 연합훈련은 오랜 기간 지속돼 왔고 전적으로 방어적인 성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북한의 카운터파트와 언제 어디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대표와 협의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미 양국은 보건 및 감염병 방역, 식수, 위생 등 가능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인도적 협력 사안을 논의했다”며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직후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차관과도 마주 앉았다. 미·러 북핵수석대표가 한국을 동시에, 그것도 한·미 연합훈련 기간에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무력 도발을 시사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최영준 통일부 차관과 고위급 협의를 한 데 이어 24일에는 이인영 장관과 조찬 회동을 한다.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언급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 북한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 16일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해 “스스로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줄 것”이라며 무력 도발을 시사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