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병원이 경기 하남에 들어설 ‘1호 종합병원’으로 선정된 것을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병원등급이 한 단계 높은 경희대병원(상급 종합병원)과 탄탄한 산학연(차바이오텍·차의과대·차종합연구소) 네트워크를 갖춘 차병원을 제쳤기 때문이다.

2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하남도시공사는 최근 하남시 창우동 일대 16만2000㎡를 종합병원·어린이 체험시설·호텔·주거단지 등을 아우르는 문화복합단지로 만드는 사업인 ‘H2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로 명지병원, 롯데건설 등이 포함된 IBK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사업계획서 평가 결과 1011점으로, 경희대병원·한화컨소시엄(915점)과 차병원·DL이앤씨컨소시엄(904점)을 상당한 격차로 눌렀다.

그러자 하남시 주민과 일부 시의원이 들고일어났다. 프로젝트의 핵심인 병원 선정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남도시공사 홈페이지에는 “상급 종합병원을 놔두고 일반 종합병원을 선정한 근거가 뭐냐.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글이 수백 개 올라왔다. 일부 주민은 평가위원 중에 의료인과 지역민 대표가 없다는 걸 문제삼기도 했다. 외부인으로 구성된 평가위원들이 토목·건축, 도시계획, 부동산, 경영·재무 분야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도 만들었다.

이영준 하남시의회 의원은 여기에 더해 정보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특정 컨소시엄과 관련 있는 사람이 평가위원 공모에 참여했으며 이 중 일부가 심사평가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객관적인 지표의 배점은 총점의 15%에 불과한 반면 평가위원의 주관적인 판단이 85%를 차지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하남도시공사는 “터무니없는 의혹”이라고 반박했다. 공사 관계자는 “미리 공개한 선정 기준과 절차에 따라 외부 평가위원을 중심으로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명지병원 관계자도 “‘상급 종합병원은 일반 종합병원보다 20점을 더준다’는 평가 지표에 따라 경희대병원 측이 20점 가점을 받았지만 다른 지표에서 밀린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병원은 하남병원을 30여 개 진료과와 심장수술센터, 뇌혈관센터 등을 두루 갖춘 506병상 규모로 지을 계획이다. 한양대 교육협력 병원인 명지병원은 경기 고양과 충북 제천에 각각 600병상과 200병상짜리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