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형펀드 가운데 ‘공룡 펀드’로 불리는 운용 자산 1조원 이상 펀드가 속출하고 있다. 고사 위기에 놓인 국내 주식형펀드와 달리 해외로 눈을 돌린 투자자들이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영향이다.
'조 단위 펀드' 해외주식형 5개 vs 국내 1개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운용 자산(순자산)이 1조원을 넘는 해외 주식형펀드는 5개로 나타났다.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가 최근 공룡 펀드 반열에 오르며 공룡 펀드는 한 달 새 네 곳에서 다섯 곳으로 늘었다.

간접투자에서도 해외 주식형이 각광받는 이유는 수익률 때문이다. 순자산이 3조원을 넘는 피델리티 글로벌테크놀로지펀드의 5년 수익률은 198.02%에 달한다. 국내 주식형펀드 중 유일하게 순자산이 1조원 넘는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38.28%에 그쳤다.

2015년 국내에 설정된 피델리티 글로벌테크놀로지펀드는 세계 혁신 기업 40~60곳에 투자한다. 미국의 성장성에 베팅한 투자자에게 큰 수익을 안긴 덕에 점차 입소문이 났다. 작년 2월 순자산이 1조원을 넘어선 이후 올 1월 2조원을 달성했고 파죽지세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올 들어서만 펀드에 8747억원의 투자 자금이 유입됐다. 직접 투자 열풍에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것과 대조된다.

AB 미국그로스펀드 역시 최근 순자산이 2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시장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작년 6월 순자산이 1조원을 넘어섰고 1년여 만에 순자산이 두 배가 됐다.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 2003년 처음 설정된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유일하게 1조원 문턱(1조2905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그마저도 최근 4년 새 몸집이 2조원가량 줄었다. 업계에선 조만간 국내 주식형펀드 가운데 1조원 이상 펀드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대세로 떠오른 상장지수펀드(ETF)를 합쳐도 국내 주식형펀드 시장 규모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실제 올 들어 해외 주식형펀드에는 총 8조4473억원 순유입된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3조3612억원 순유출됐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