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없는 고령자의 종합부동산세 납부를 주택 처분 시점까지 연기해주는 종부세 과세이연제 도입이 무산됐다. 국회에서 ‘1주택자 공제액 상향’을 제외한 모든 종부세법 개정안을 폐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득이 적어 현금흐름이 부족한 고령·은퇴자를 중심으로 종부세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소득없는 고령자 종부세 납부유예 결국 '없던 일'로
23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고령자의 종부세 납부를 주택 처분 또는 상속 시로 미뤄주는 종부세 과세이연 제도가 종부세법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종부세 과세이연은 연금소득 등으로 생활하는 고령의 은퇴자 등이 현금 흐름 부족 문제로 막대한 종부세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당정이 함께 추진하던 제도다. 여당의 당론 법안이었던 유동수 의원안에 따르면 만 60세 이상의 1가구 1주택자 중, 종합소득이 3000만원 이하이고 주택분 종부세 납부액이 250만원을 웃도는 경우 고령자 종부세 과세 유예 대상으로 설정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종부세 과세이연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기재위 여야 협의를 담은 종부세법 위원회 대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고령자 종부세 과세 유예 방안이 통째로 빠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주택자의 공제액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높이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26개 대안을 모두 폐기했기 때문이다.

1가구 1주택자이면서 한 주택에 장기 거주한 사람의 종부세 세액공제율을 최대 100%까지 높이는 방안이 담긴 개정안도 모두 폐기됐다. 현재는 보유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 20~50%, 연령이 60세 이상인 경우 20~4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최대 80%까지 중복 적용이 가능하다. 박홍근·정일영 민주당 의원 등은 여기에 거주기간 요건을 추가해 최대 90~100%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최종안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종부세 과세표준을 산출할 때 사용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 하향 논의도 중단됐다. 종부세 과세표준은 과세대상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한 금액에서 6억원을 공제한 뒤(1가구 1주택자 11억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해 결정된다. 정부는 2018년 80%였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2019년부터 매년 5%포인트씩 상향하고 있다. 올해는 95%, 내년엔 100%가 적용된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100%까지 높이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자 정부 등은 이를 95%로 동결하거나 낮추는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종부세 공제액을 11억원으로 상향했지만 고령의 종부세 납세자 중에선 과세이연과 장기거주 공제 도입 무산으로 여전히 과도한 종부세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납세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규/김소현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