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극장산업이 기로에 섰다. 서울극장이 42년 만에 문을 닫고,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자구책 마련에도 어려움이 지속되자, 이들은 정부에 국고 직접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서울극장을 운영하는 합동영화사는 최근 “1979년부터 종로의 문화 중심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서울극장이 오는 31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 극장은 대형 멀티플렉스에 밀렸지만, 꾸준히 찾는 영화 애호가들 덕에 명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며 영업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

서울극장뿐 아니라 대형 멀티플렉스를 포함한 전체 극장 매출은 지난해 5104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에 비해 73% 감소한 것으로,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1~6월) 매출도 1863억원에 불과했다. 코로나 확산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32%나 줄어든 것이다.

관건은 극장에 관객이 돌아오는 것이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최근 마블의 히어로물 ‘블랙위도우’에 이어 국내 영화 ‘모가디슈’ ‘싱크홀’ 등이 흥행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예전 흥행작들에 비해선 관객 수가 한참 부족하다. 지난달 개봉한 ‘블랙위도우’와 ‘모가디슈’는 이달 22일 기준 누적 관람객 수가 300만 명에 못 미쳤다.

개봉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영화도 많다. ‘모가디슈’와 ‘싱크홀’은 한국상영관협회로부터 영화 제작비의 50% 회수를 보장받기로 하면서, 어려운 상황에도 개봉을 결정했다. 이 작품들과 달리 제작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대다수 영화는 아직 개봉하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극장은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멀티플렉스들은 소수 관객이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즐기는 고급 상영관과 자동차극장 등을 잇달아 열고, 콘서트와 뮤지컬 등 다양한 콘텐츠 상영에도 나섰다. 심지어 팝콘 배달까지 하고 있지만, 재정난은 심해지고 있다. 오는 11월 디즈니플러스 진출 등으로 극장을 찾는 대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하는 사람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이 어려움이 지속되자 주요 극장은 영화발전기금에 국고를 직접 지원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상영관협회 등 영화계 10개 단체는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이젠 더 버티기가 너무 버겁다”며 “영화발전기금마저 바닥을 드러내는 만큼 지금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부의 과감한 국고 지원”이라고 호소했다.

2007년 신설된 영화발전기금은 영화 제작과 유통 지원 등에 사용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관리하고 있으며 기금 수입은 법정부담금, 기금운용 수익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46%를 차지하는 법정부담금은 매년 영화 관람료의 3%를 거두는 방식으로 극장과 제작사에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연간 500억원 규모에서 100억원가량으로 급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