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전진단 미루는 서울 재건축…"내년 대선 뒤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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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 불안감에 자체 보류
재건축 단지들 "이번 정부서 안전진단 통과 안 될게 뻔해"
목동·노원·송파서 잇따라 연기
내년 대선 이후 규제완화 기대
"아파트 공급절벽 더 심화될 것"
재건축 단지들 "이번 정부서 안전진단 통과 안 될게 뻔해"
목동·노원·송파서 잇따라 연기
내년 대선 이후 규제완화 기대
"아파트 공급절벽 더 심화될 것"
서울 양천·노원·송파구 등에서 자체적으로 재건축 안전진단을 보류하는 노후 아파트가 잇따르고 있다. 재건축의 첫 관문으로 불리는 안전진단 통과를 위해 속도를 내던 기존 양상과는 사뭇 다르다. 여기에는 안전진단에 도전해봐야 통과가 힘들 것이라는 불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재건축을 막겠다는 이번 정부에서는 어차피 사업이 힘드니 내년 대선 이후를 저울질해보겠다는 얘기다.
두 단지는 지난해 11월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적정성 검토에 착수했다. 하지만 6개월가량 보고서 보완 작업을 미루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보완 보고서 작성은 통상 길어야 두 달가량 걸린다”며 “양천구는 물론 서울 다른 구에서도 업무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목동7단지 관계자는 “적정성 검토를 포기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비용, 절차 등에 대해 구청에 질의한 상태”라며 “기본적으로 보완 보고서 작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청 답변이 오면 취소 여부를 두고 주민들과 추가 논의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현지조사)-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으로 진행된다. 적정성 검토는 공공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안전관리원 등이 담당한다.
노원구에서는 안전진단 단계에 상관없이 일정을 재검토하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상계동 ‘상계주공3단지’는 지난달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포기했다. 당초 용역업체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뤘다. ‘상계주공6단지’는 연내 추진하려던 적정성 검토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지난 3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하계동 ‘하계장미’는 비용 모금을 마친 상태지만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하지 않고 있다.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도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지난 3월 정밀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풍납동 ‘풍납미성’은 적정성 검토 신청을 보류했다. 풍납미성 관계자는 “지난 6월 적정성 검토를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다른 지역 아파트들이 연이어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을 미루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속도전’에 나섰던 노후 아파트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돌변한 건 이번 정부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올 들어서만 양천구 목동 ‘목동11단지’(3월),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6월), 노원구 공릉동 ‘태릉우성’(7월) 등이 적정성 검토에서 줄줄이 탈락했다. 특히 연식 37년차로 노원구에서 가장 낡은 아파트로 꼽히는 ‘태릉우성’이 떨어진 것은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정부에서 안전진단은 크게 까다로워졌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은 △주거 환경 △건축 마감 및 설비 노후도 △구조 안전성 △비용 분석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건물 노후화로 붕괴 등 구조적 위험이 있는지 살펴보는 구조 안전성 가중치는 기존 20%에서 2018년 2월 50%로 높아졌다. 안전진단 현장조사 확대 등을 담은 지난해 ‘6·17 대책’ 이후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서울 아파트는 도봉구 도봉동 ‘삼환도봉’ 단 한 곳뿐이다.
안전진단에서 한 번 떨어지면 추가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또다시 도전해도 단기간에 기존 결과를 뒤집기는 힘들다. 하계장미 관계자는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하면 예비안전진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수억원에 달하는 안전진단 비용을 추가 모금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집값을 잡으려면 공공과 민간 공급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민간 공급의 핵심인 재건축이 안전진단 벽에 막혀 있다”며 “대선 이후로 안전진단을 미룬다는 건 공급절벽이 더 오래갈 것이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안전진단 잇단 보류
23일 서울 양천구에 따르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최근 목동 ‘목동7단지’와 신월동 ‘신월시영’에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를 위한 보완 보고서 제출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보완 보고서를 계속 내지 않으면 ‘판단 불가’를 사유로 최종 탈락시킬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두 단지는 지난해 11월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적정성 검토에 착수했다. 하지만 6개월가량 보고서 보완 작업을 미루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보완 보고서 작성은 통상 길어야 두 달가량 걸린다”며 “양천구는 물론 서울 다른 구에서도 업무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목동7단지 관계자는 “적정성 검토를 포기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비용, 절차 등에 대해 구청에 질의한 상태”라며 “기본적으로 보완 보고서 작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청 답변이 오면 취소 여부를 두고 주민들과 추가 논의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현지조사)-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으로 진행된다. 적정성 검토는 공공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안전관리원 등이 담당한다.
노원구에서는 안전진단 단계에 상관없이 일정을 재검토하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상계동 ‘상계주공3단지’는 지난달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포기했다. 당초 용역업체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뤘다. ‘상계주공6단지’는 연내 추진하려던 적정성 검토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지난 3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하계동 ‘하계장미’는 비용 모금을 마친 상태지만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하지 않고 있다.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도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지난 3월 정밀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풍납동 ‘풍납미성’은 적정성 검토 신청을 보류했다. 풍납미성 관계자는 “지난 6월 적정성 검토를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다른 지역 아파트들이 연이어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을 미루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선 이후 상황 보자” 눈치 보기
안전진단을 보류한 단지들은 대부분 “내년 대선 이후 규제가 완화될 수 있으니 기다려보겠다”는 방침이다. 지금은 해봐야 안 될 게 뻔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재건축 속도전’에 나섰던 노후 아파트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돌변한 건 이번 정부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올 들어서만 양천구 목동 ‘목동11단지’(3월),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6월), 노원구 공릉동 ‘태릉우성’(7월) 등이 적정성 검토에서 줄줄이 탈락했다. 특히 연식 37년차로 노원구에서 가장 낡은 아파트로 꼽히는 ‘태릉우성’이 떨어진 것은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정부에서 안전진단은 크게 까다로워졌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은 △주거 환경 △건축 마감 및 설비 노후도 △구조 안전성 △비용 분석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건물 노후화로 붕괴 등 구조적 위험이 있는지 살펴보는 구조 안전성 가중치는 기존 20%에서 2018년 2월 50%로 높아졌다. 안전진단 현장조사 확대 등을 담은 지난해 ‘6·17 대책’ 이후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서울 아파트는 도봉구 도봉동 ‘삼환도봉’ 단 한 곳뿐이다.
안전진단에서 한 번 떨어지면 추가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또다시 도전해도 단기간에 기존 결과를 뒤집기는 힘들다. 하계장미 관계자는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하면 예비안전진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수억원에 달하는 안전진단 비용을 추가 모금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집값을 잡으려면 공공과 민간 공급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민간 공급의 핵심인 재건축이 안전진단 벽에 막혀 있다”며 “대선 이후로 안전진단을 미룬다는 건 공급절벽이 더 오래갈 것이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