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23일(06:1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 오피스시장에 진출한 테크기업이 강남을 넘어서 여의도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여의도 금융권과 연계가 필요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주요 대상이다. 오피스 업계에서는 포화상태에 이른 강남보다 임차 가능 공간이 넓고, 임대료도 상대적으로 낮아 선호도가 크다고 있다는 평이다.

◆여의도의 '신흥 강자' 핀테크 스타트업


20일 오피스업계에 따르면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 회사들이 여의도로 이사하고 있다. 전통 금융기관과 금감원, 국회 등 정부 기관이 모여있는 여의도가 금융 연관한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에 적기라는 판단이다.

올해 초 P2P업체 렌딧은 도심권 종로타워에서 여의도 포스트타워로 이전했다. 강남권역에 있던 프롭테크 기업 집펀드와 탱커펀드도 '서울핀테크랩'이 있는 오투타워로 이사했다. 보험 관련 스타트업인 오픈플랜은 이달 여의도로 자리를 옮겼다. 담보대출 비교 플랫폼을 운영하는 베스트핀은 여의도 내에서 확장 이전을 할 계획이다.

서울핀테크랩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육성전문 보육공간이다. 2019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외 핀테크 스타트업 100개사(국내 77개, 해외 23개)가 입주해 있다. 이곳에 입점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디지털금융대학원도 여의도에 문을 열었다. 카이스트 컨소시엄(카이스트·삼성SDS·그라운드X·딥서치·광주과학기술원)이 주도하는 디지털금융 전문인력 양성사업이다.
글로벌부동산 서비스회사인 컬리어스코리아의 장현주 리서치팀장은 "2019년부터 전통 금융업이 대부분이던 여의도 임차인 비중에서 테크기업이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20~30명 내외의 핀테크기업이 대부분이지만 연면적 3300㎡ 이상 임차 공간을 찾는 테크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여의도 오피스의 가장 큰 장점은 종로·광화문 일대와 강남 대비 저렴한 임대료다. 컬리어스코리아의 2021년 상반기 오피스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여의도의 월 임대료는 3.3㎡당 2만5174원이다. 도심권역의 3만3426원, 강남권역은 2만9860원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오피스 공급이 부족한 강남권역과 달리 여의도는 지난해 포스트타워, 파크원 등 신규 오피스빌딩이 들어서며 임차면적도 늘어났다. 여의도에 입성한 한 핀테크회사 관계자는 "사업 특성상 금융회사들과 협업이 중요한데 강남서 왔다갔다 하는 것보단 여의도에서 교류하는게 편하다"고 설명했다.

◆테크기업 1순위 강남은 포화상태


여의도가 뜨고 있지만 테크기업이 입주를 선호하는 1순위 지역은 강남이다. 편리한 교통여건과 각종 스타트업 지원기관, 벤처캐피탈들이 있어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경기 판교 오피스시장에서 넘어온 게임·소셜커머스 등 테크기업 수요가 증가하면서 임차공간을 찾기 어려워졌다. 올 1월 공급된 역삼 센터필드는 대형 오피스 2개동이 8개월만에 다 채워졌다. 연면적 23만9957㎡에 달하는 초대형 면적이라 임차 완료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곳이다.

강남은 임차 공간이 없는데다 임대차 할인 혜택도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임차 수요가 넘치자 건물주들이 일정 기간 임대료를 할인해주는 렌트프리 및 기타 인센티브를 없애고 있어서다. 여기에 2022년까지 강남권역에 예정된 대형 오피스빌딩 공급이 없어 공실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강남권역(GBD) 오피스빌딩(연면적 3만3000㎡ 이상)의 2분기 공실률은 전분기 대비 5.1%포인트(p) 감소한 3.3%로 안정적인 상태에 진입했다.
테크기업 임차수요가 여의도로 번지면서 여의도 공실률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공급된 여의도 포스트타워는 준공 후 3개월 만에 계약률 100%를 채웠다. 2분기 여의도는 서울 3대권역(도심·강남·여의도) 중 임대면적이 가장 높았다. 덕분에 여의도 공실률은 11.6%로 1분기보다 1.3%p 줄었다. 도심권역(CBD)이 같은 기간 0.2%p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다만 핀테크업체들이 대부분 규모가 작다보니 여의도 오피스시장이 강남만큼 흥행을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벤처기업·스타트업의 문화 특성상 여의도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다. 또한 여의도 외에 성수, 홍대, 구로, 과천 등도 테크기업의 또다른 선호 입지로 떠오르고 있어 수요가 분산될 여지도 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