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세로 전환됐지만, 친환경차 판매량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전체 판매량이 줄어드는 와중에 친환경차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은 4142만4000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 4399만4000대에서 약 6%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엔 코로나19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판매량이 3223만6000대에 그쳤다. 하반기에 회복세를 보였으나 올 상반기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이 줄며 다시 감소했다.

눈에 띄는 것은 친환경차 판매량이다. 올 상반기 494만8000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25%, 하반기보다 23% 늘며 급속 성장 중이다. 차종별로는 하이브리드카(HEV) 판매량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92%, 배터리 전기차(BEV)는 171%,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는 160% 상승했다. 수소전기차(FCEV)는 올 상반기 8500대 팔려 친환경차 중 가장 적었으나, 작년 상반기 대비로는 143% 증가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친환경차 신차를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데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각국에서 친환경차 보급 정책을 편 영향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들도 새로 출시되는 친환경차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달 한국의 친환경차 수출도 역대 최다인 3만4571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27.4% 상승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는 116.7% 늘어난 5061대 팔렸다.

완성차 업체의 전체 차량 판매량을 보면 미국·유럽 기업은 부진한 반면 현대자동차와 도요타의 판매량은 계속 늘고 있다. 상반기 그룹사별 판매량 순위는 도요타, 폭스바겐, 르노·닛산, 스텔란티스에 이어 현대차가 5위 안에 들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상반기엔 현대차보다 많았지만, 올 상반기엔 6위로 밀렸다. 혼다, 포드, 스즈키, 다임러, BMW가 7~11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내수와 중국 시장에서 다소 부진했으나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조업 중단을 최소화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올 하반기 전기차 등 신차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대기 수요는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반도체 공급 충격 여파로 판매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차량 인도 기간이 길어져 실제 판매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완성차 기업들이 친환경차 마케팅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