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항기 중단에 WHO 의료구호품 500t 고착…"남겨질 사람 도와야"
아프간 내달부터 식량도 바닥…어린이 100만명 영양실조 위기


탈레반의 재집권 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공항에서 '엑소더스'(탈출) 행렬이 이어지면서 국제기구 등의 의료구호품 수송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날 "수술장비와 소아 폐렴 치료제, 영양실조 지원품 등 500t 이상의 의료구호품이 이번 주 아프간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카불공항의 제한으로 고착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어 "카불공항이 민항기 운항을 중단하는 바람에 수송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리처드 브레넌 WHO 비상대책국장은 "아프간 인구의 절반인 약 1천850만명이 원조에 의존하고 있고, 가뭄 때문에 인도주의적 지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세계 이목은 피난민 탈출과 비행기가 아프간에서 떠나는 데 집중되고 있지만, 우리는 뒤에 남겨질 사람들을 돕기 위한 보급품을 수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빈 수송기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우회시켜 아프간으로 피난민을 태우러 가는 길에 의료구호품을 실어 보내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브레넌 국장은 "미국은 6개 민간 항공사를 고용해 아프간 난민을 이송하고 있지만, '작전 제약과 안보 문제'를 이유로 구호품을 실어 갈 수 없다고 한다"며 "항공기를 대피용으로만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카불공항 이외 칸다하르, 잘랄라바드, 바그람 공군기지 등을 이용하는 방법을 권고받았지만, 그곳까지 비행할 항공기가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아프간의 올해 가뭄이 극심하기 때문에 식량 부족이 심각할 전망이다.

육로를 통한 식량 지원에 나서고 있는 세계식량계획(WFP)은 다음달이면 식량이 바닥나기 시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WFP는 현재 우즈베키스탄과 파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국경 도로를 통해 식량을 수송하고 있다.

앤드루 패터슨 WFP 아프간 지부 부소장은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많은 도로가 눈으로 뒤덮일 것이기 때문에 식량을 창고에 보관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아프간에 2만 메트릭톤(mt)의 식량을 보유중이고 7천 메트릭톤을 수송 중인데 아프간인들에게 12월 말까지 식량을 공급하려면 추가로 5만4천 메트릭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패터슨 부소장은 최대 2천만명에게 공급할 식량을 사려면 2억 달러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도 설명했다.
국제적십자사의 그레고리 매슈스도 아프간은 현재 정치적 불안정성, 55만명의 피란민 문제, 식량 위기 등 삼중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또한 아프간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위험 수준에 이르게 한 요인이다.

탈레반은 과거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금지시켜 비난받은바 있기에,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금지시키면 어쩌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이날 아프간 전역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아동이 1천만명에 달하며 이중 100만명은 심각한 영양실조로 인해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220만 소녀를 포함한 420만 아동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고, 43만5천명의 아동과 여성이 폭력을 피해 집을 버리고 달아난 것으로 유니세프는 추산했다.

헨리에타 포어 유니세프 총재는 성명에서 "유니세프와 인도적 지원 파트너들이 안전하고 시의적절하게 이들 아동에 접근해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게 보장해 줄 것을 탈레반에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탈레반 재집권 후 아프간에서 활동하던 유엔 등 국제기구와 NGO 직원들이 대폭 철수하면서 구호품이 제대로 배포될지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