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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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금융 사업 철수를 추진 중인 한국씨티은행이 매각 방안에 대한 결정을 또 한 차례 연기했다. 당초 씨티은행 경영진은 '7월 안에는 출구 전략을 제시하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했지만, 고용 승계를 비롯한 매각 조건을 두고 협상이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불확실성이 길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단계적 사업 폐지'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모든 직원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오는 26일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 소비자금융 부문 출구 전략 방향에 대한 논의를 안건으로 올리지 않기로 했다.

유 행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보다 신중한 의사결정을 위해 9월 이후에 출구 전략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며 "특히 직원 여러분의 진로와 관련해 현재까지 논의되어온 대안을 중심으로 모든 직원을 보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까지 인수의향을 보인 잠재적 매수자들의 실사를 지원하며 직원의 이익과 고객을 보호할 수 있는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직원 보호를 위해) 이사회와 출구 전략을 면밀하게 검토 및 논의하고 있으며, 최종 결정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준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4월 소비자금융 철수를 선언한 뒤 사업 인수 의향을 밝힌 원매자들과 매각 방안을 논의해왔다. 당초 지난달에는 구체적인 출구 전략을 공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번까지 두 차례 결정이 미뤄졌다. 씨티은행이 우선순위로 추진했던 '통매각'이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자산관리(WM), 카드사업 등 일부 사업 부문만 떼어 매각하는 '부분 매각'에 대한 협상마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원매자들은 씨티은행 노조는 물론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이 강조하고 있는 고용 승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 경영진과 노조는 이를 위해 7년 만의 희망퇴직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매각 방식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매각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금융권 일각에서는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부문이 단계적 폐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다시 제기된다. 단계적 폐지는 소비자에게 다른 금융사로 자산 이전을 권유하고 직원들을 줄이면서 점진적으로 사업을 청산하는 방식이다. 2013년 국내 소비자금융 사업을 철수한 HSBC은행이 이 절차를 밟은 전례가 있다. 앞서 씨티은행 이사회는 지난 6월 "단계적 폐지를 위한 준비 절차도 함께 검토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속한 철수를 원하는 씨티그룹 입장에서는 단계적 폐지도 선택지에 계속 남겨둘 것"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인 사업 폐지까지 가지 않도록 노사 간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소비자금융 시장 철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이달 9일에는 한국과 함께 소비자금융 철수를 선언한 호주 씨티은행의 사업 부문을 호주 내 최대 은행인 NAB(National Australia Bank)에 매각했다. 지난 4월 13개국에서 동시 철수를 발표한 이후 첫 매각 결정이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매각이 보여주듯, 우리는 우리가 내린 결정을 신속하게 실행에 옮기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사업에 자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