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강성인 사업장일수록 경영자가 주주들에게 이익을 축소보고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런 재무정보 왜곡은 노조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곽영민 울산대 경영대학 교수와 김현진 군산대 교수는 지난 6월 '지역산업연구'에 발표한 '노동조합의 영향력과 이익조정' 연구논문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논문은 노조의 강성 수준을 상급단체 노조와 노조가입률 두가지 기준으로 구분했다. 노조의 영향력이나 강성 수준은 사업장 노조 가입률을 고려하되 상급단체가 민주노총인 경우 3, 한국노총이면 2, 기타연맹이면 1, 상급단체가 없는 경우 0으로 점수 값을 매기는 방식을 취했다.

연구자들은 "노조가 강성일수록 경영자들은 임금 및 단체협상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협상의 근거가 되는 '보고이익'을 하향조정하고 있다"며 "이렇게 경영자가 회계정보를 왜곡하면 해당 재무정보에 기초해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일 이슈가 있음에도 노조 등의 기대를 낮추기 위해 긍정적인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을 공시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결국 강성 노조가 기업 정보의 비대칭(정보를 숨겨서 격차가 발생하는 현상)을 증폭시키고, 결국 회사와 투자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런 배경에는 '이익이 높게 보고될 경우 노조가 그 이익을 가져가기 위해 파업 등 비생산적인 사회비용을 지나치게 발생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연구자들은 "노조가 파업 등을 통해 회사의 초과 이윤을 가져가고자 하는 '지대추구(기득권 울타리 안에서 자기 이익을 위해 비생산적 활동을 경쟁적으로 하는 현상)' 역할을 하기도 한다"며 "201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경제보고서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노조가 집단적 권력을 행사해 노동시장 신규진입을 막고 임금을 상대적으로 높게 만드는 등 국가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영자의 이런 '재량적' 회계 처리가 기업 가치에 반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오히려 우호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해 파업 등 불필요한 경제적 손실을 피하고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임금 상승이나 복지 확대 등에 따른 자원 유출을 제한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구진은 "(이익보고 하향 조정이) 강성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 등 비생산적인 노동 관련 지출을 줄여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고 했다.

제도적 문제가 기업의 이런 선택을 강요한다고도 분석했다. 연구진은 "현행법상 노조전임자 급여 지원, 파업 시 대체근로 금지 등 노조가 교섭상 우위에 설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데 비해 노조의 비합리적 투쟁행위를 견제하기 위한 기업 내부 및 사회적 장치가 다수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한국노동연구원의 2017년 사업체패널조사를 기초로 2868개 사업체를 표본으로 삼았다. 임금협상 전에 경영자가 보고이익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와 노사분규 다음 연도에 이익을 하향조정한다는 분석은 기존에도 있었다. 하지만 노조의 강성도와 이익조정 수준을 분석한 연구는 드물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