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에 꽂힌 건 한국 개인투자자만이 아니다. 장기간 저금리에 시달렸던 일본 투자자들은 오래전 채권 투자를 시작으로 해외 투자에 눈떠 최근엔 주식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일본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해외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7384억4100만엔을 기록 중이다. 전년 동기(4547억1900만엔) 대비 62.39%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9.3% 줄어든 1조1344억엔을 기록했다. 일본 국민의 해외 주식 투자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잠깐 급감했다가 다시 늘고 있다. 2019년 7월(2115억5500만엔) 대비로는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일본에선 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인구가 직접투자하는 인구보다 많아 펀드 투자 동향이 곧 해외 투자 규모다.

젊을수록 해외 투자에 적극적이다. 일본투자신탁협회가 지난해 전국 20~79세 남녀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대의 50.3%, 30대의 52.6%가 해외 펀드에 투자하고 있었다. 40대 50.7%, 50대 42.9%, 60대 38.1%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해외 투자 비율이 낮아졌다. 과거 저금리에 시달리던 고령층은 안정적이면서 비교적 금리가 높은 해외 채권을 주로 샀지만, 젊은 층은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해외 채권펀드 설정액은 2013년까지만 해도 1조엔이 넘었지만 최근 1167억엔 수준으로 10분의 1토막 났다.

후지와라 쓰바사 다이와소켄 연구원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해외 지향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금액이 크지 않아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은 편”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론 가계 금융 관련 데이터 전반에 명확한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에서도 해외 투자가 활발하다. ‘저우추취(走出去)’라고 불리는 자본의 해외 진출이다. 중국 당국은 기본적으로 인가받은 적격국내기관투자가(QDII)에만 해외 주식이나 채권 투자를 허용한다. 그런데 중국 당국은 자국 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근 QDII 투자 한도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지난 6월 초에도 중국 당국은 103억달러의 QDII 확대를 추가 승인했는데 이는 QDII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