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식품기업들이 일시적으로 재소자를 고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국에 호소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코로나19 여파로 일손이 크게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구인난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빠르게 회복하던 영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육류공급자협회는 일정 임금을 주고 재소자와 전과자를 채용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하고 있다. 식품회사들은 협의가 마무리되면 임시 석방된 재소자를 일용직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토니 구저 육류공급자협회 대변인은 “재소자 채용 계획은 직원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짜낸 궁여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식품기업뿐 아니라 운송업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에서 구인난이 발생하고 있다. 영국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서 비어 있는 일자리가 110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대 1만파운드(약 1600만원)까지 웃돈을 주는 채용 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영국 최대 요양원 운영업체 HC원은 신입 야간 간호사에게 1만파운드의 입사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가디언은 코로나19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뒤늦게 필수 분야에서는 자가격리를 면제한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선 인력이 이미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로 유럽연합(EU) 노동자가 빠져나간 것도 인력난을 부추겼다. 영국 화물운송협회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영국을 떠난 EU 출신 트럭 운전기사는 약 2만5000명에 달한다.

구인난이 영국의 경제 성장세마저 꺾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영국의 8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개월 만에 최저치인 55.3을 기록했다. 5월 62.9로 정점을 찍은 후 급락하는 추세다.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PMI는 50이 넘으면 경기 확장을 뜻한다.

IHS마킷은 “구인난과 원자재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기업이 평소보다 14배나 많다”며 “1998년 이후 최악”이라고 했다. 키에란 톰프킨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역시 높은 수준으로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