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경로를 추적해 밀접 접촉자를 조기에 관리하는 ‘한국식 추적 방역 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를 중심으로 확산세가 워낙 빠르게 번지다 보니 기존 역학조사 인력으로는 밀접 접촉자를 제때 걸러내기 버거운 탓이다.

2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5~21일 전체 확진자 1만2258명 가운데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인원은 4195명으로, 전체의 34.2%인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자 3명 중 1명은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방역당국은 여러 명의 검체를 섞어 검사한 뒤 양성이 나오는 검체를 다시 단독 검사하는 방식으로 확진 경로를 추적·관리하고 있다. 한 명씩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하는 것과 비교해 비용이 4분의 1가량 저렴해 같은 비용으로 코로나 검사를 더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확진자 수가 100명대였던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K방역’으로 불리며 모범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감염 조사를 역학조사관에게 의존하다 보니 최근 확진자가 대폭 늘면서 ‘인력 부족’이란 벽에 부딪히게 됐다. 한 역학조사관은 “휴일도 없이 일하지만 당일 할당된 역학조사를 완료하지 못하고 퇴근하기도 한다”며 “GPS, 카드내역, 병원 기록 등을 확인해 추적 완성도를 높여야 하지만 확진자가 많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로 추적이 늦어지면서 집단감염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청은 지난 13일 한 헬스장에서 발생한 확진 소식을 일부 밀접 접촉자에게 즉시 전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동선 파악이 지연된 것이 문제였다. 13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 헬스장은 23일까지 누적 확진자가 18명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전남 여수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나온 뒤 이틀이 지나도록 밀접 접촉자에게 연락이 가지 않았다. 여수보건소 관계자는 “접촉자가 너무 많아 밤을 새우고 일했는데도 동선 파악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한 확진자가 250명의 밀접 접촉자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인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자영업자들도 방역 긴장감을 푸는 분위기다. 동작구의 한 실내 체육시설에서는 지난 13일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을 닷새 뒤인 18일이 돼서야 회원들에게 알려 논란을 빚었다. 이 시설에 다니는 A씨는 “영업에 악영향을 끼치다 보니 확진 소식을 전하기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논현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B씨는 “작년과 달리 요즘은 확진자가 다녀가고 1주일은 지나야 보건소에서 연락이 온다”며 “확진자가 다녀가면 직접 소독한다”고 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