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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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예비 소상공인 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업 교육을 지원하고 있지만, 교육받은 창업자 8명 중 1명은 휴·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금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창업 업종의 다각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폐업한 창업자 매년 급증

'창업 교육' 받았지만…8명 중 1명은 휴·폐업
24일 중소벤처기업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신사업창업사관학교를 졸업한 창업자 802명 가운데 12.7%인 102명이 7월 말 현재 휴·폐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를 졸업한 휴·폐업 창업자는 2018년 4명에서 2019년 30명, 2020년 44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올 들어 7월까지 24명으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방역조치 강화로 올해 폐업은 작년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종별 창업자 분포는 도·소매업이 46.7%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16.2%), 음식·숙박업(13.7%) 등이 뒤를 이었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는 2015년 시행된 정부의 대표적인 소상공인 창업 교육 사업으로 이론 교육, 점포 체험 실습 등을 총 5개월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창업자에게 최대 2000만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급한다. 최근 4년간 1169명이 이 학교를 졸업했고 이 가운데 75.5%인 883명이 총 168억5700만원을 지원받았다.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창업 교육, 멘토링, 체험점포 운영 등으로 투입한 한 해 예산만 지난해 166억원이었다. 올해는 13%가량 늘어난 189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정부 사업임에도 폐업률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영향도 컸지만 정부의 느슨한 심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소상공인은 “강한 사업 의지 없이 정부 예산만 타내려는 목적으로 접근하는 소수의 ‘모럴해저드 창업자’가 많은데 정부가 이를 잘 걸러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엄격한 심사 없이 실적 채우기식으로 지원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 제도를 운용하는 중기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출신 창업자의 영업유지율이 일반 창업자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며 “이 사업을 통한 창업 준비가 도움이 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9년부터 과밀 업종인 음식점업 창업을 제한하고 심사를 대폭 강화한 한편 중간 평가 과정도 넣는 등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혈세가 투입된 만큼 폐업률을 더 낮추고 창업 업종을 다각화해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폐업 더 늘어날 듯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폐업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이 5년간 41.6% 급등한 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 1~7월 소상공인 폐업 점포 철거비 지원 사업 신청 건수는 1만212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세 배 늘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전국 상가 점포 수 역시 올 2분기 222만 개로 작년 동기(256만 개) 대비 34만 개(13.5%) 감소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28만 명으로 31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6월과 비교했을 때 6.1%(8만3000명) 줄었다.

소상공인업계에 이어 내수 기업 비중이 90%인 중소기업계에서도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중기연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소 도·소매업종 취업자는 325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9% 줄어 4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중소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213만6000명으로 감소세를 이어갔고 중소 제조업 취업자 역시 1.4% 줄어들며 1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과거엔 중소기업 일자리 비중에서 도·소매업, 제조업, 숙박·음식점업이 가장 많았지만 이제는 정부의 재정 투입으로 보건·사회 분야 일자리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