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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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2023년까지 반도체와 바이오 분야 등에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겠다고 24일 발표했다. 3년간 4만 명을 새로 고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11일 만에 나온 대규모 투자계획이다.

경제계에선 삼성의 발표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미래 사업 준비에 고삐를 당기면서 이 부회장과 삼성에 걸린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차원으로 해석했다. 삼성이 240조원 가운데 75%인 180조원을 국내에 투입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서는 삼성 계열사들의 투자 규모가 연간 기준으로 5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산업 구조 개편을 선도하고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이 공개한 미래 투자의 양대 축은 반도체와 바이오다. 반도체 분야에선 글로벌 1위인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를 공고히 해 절대우위를 유지하고, 새로운 캐시카우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바이오사업은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업 시작 9년 만에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공장을 3개 완공했다.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능력은 62만L로 세계 1위에 올라선다.

투자업계에선 이번 발표에 대규모 M&A를 위한 ‘실탄’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3년간 유의미한 M&A를 할 계획”이라며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전장 등의 부문에서 인수 대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만큼 미국 파운드리 공장 등에 대한 투자 결정과 M&A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워진 국가 경제를 돕는 데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삼성이 제시한 대안은 ‘고용’이다. 삼성은 3년간 3만 명이던 고용 계획을 4만 명으로 늘리고 대졸 공채도 유지하기로 했다. 국내 투자에 따른 고용 유발효과는 56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 확대와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 등 상생안도 내놨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이번 계획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에 대한 기업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