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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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11일 만인 24일 대규모 투자와 고용계획을 내놨다. 향후 3년간 약 240조원의 대규모 투자와 4만 명 고용이라는 구체적인 기한과 숫자까지 담은 청사진이다. 경제계에선 삼성의 미래와 사회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 부회장의 고민이 담긴 ‘통 큰 화답’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서면서 “국민 여러분께 큰 걱정을 끼쳐드렸다. 죄송하다”고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한남동 자택에 들르지 않고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향했다. 곧바로 김기남 DS부문장(부회장), 김현석 CE부문장(사장), 고동진 IM부문장(사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지 45일 만에 공식 일정을 시작한 2018년과 대비되는 발 빠른 행보다. 광복절로 이어지는 사흘 연휴기간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현안을 챙겼다.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 코로나19 등으로 어수선해진 조직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속도전’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에도 이 부회장은 쉼 없이 움직였다. 1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합병 및 회계부정’ 공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것을 제외하면 남은 시간을 오롯이 경영 현안 분석에 쏟았다.

한 관계자는 “언론에 일정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등기이사들을 포함한 경영진과 잇따라 면담하며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날 발표한 투자계획이 1주일간 면담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가석방을 둘러싼 일각의 반대와 특혜 논란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국가적 경제 상황’과 ‘국익’에 대한 고민을 이날 발표 내용으로 대신한 것이다.

경제계에선 중장기 투자 계획을 공개한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현장경영 행보를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임직원들에게 구체적인 목표를 할당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란 분석이다. 법무부의 유권해석으로 취업제한 논란에서 벗어난 만큼 ‘정중동 행보’를 보일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8일 “이 부회장이 무보수와 비상근 상태로 일상적 경영 참여를 하는 것은 법무부가 통보한 취업제한 범위 내에 있다”고 언급하며 대주주이자 미등기 임원 자격으로 경영활동을 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속도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경영으로 느슨해진 조직의 고삐를 죈 뒤 인수합병(M&A) 등 구체적인 미래 먹거리 발굴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