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5000 넘은 나스닥, 가장 큰 적은 인프라딜?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S&P500 지수와 나스닥은 각각 0.52%, 0.15% 오르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습니다.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50번째 최고 기록을 만들어냈고, 나스닥은 사상 처음 15000선을 넘었습니다. 지난해 6월10일 10000선을 처음 돌파한 지 14개월 만입니다. 다우는 0.09% 강보합세로 마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5000 넘은 나스닥, 가장 큰 적은 인프라딜?
△테이퍼링 지연 기대 △델타 변이 정점 징후 △중국 기술주 반등 등으로 아침부터 분위기가 좋았지만 장 막판인 오후 3시30분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모더나 등 최근 급등한 주식들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상승 폭이 조금 줄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5000 넘은 나스닥, 가장 큰 적은 인프라딜?
계절적으로 약세를 보여온 8월에 S&P500 지수가 이렇게 자주 최고 기록을 세운 건 1929년 이후 가장 많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체로 따져 192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최고치 기록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5000 넘은 나스닥, 가장 큰 적은 인프라딜?
MKM파트너스의 마이클 다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뉴욕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는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습니다.

첫 번째는 매우 낮은 금리입니다. 10년물 금리는 이날도 1.2%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금리가 낮으면 주식 밸류에이션이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유동성입니다. 작년 3월 팬데믹 이후 미 중앙은행(Fed)의 자산은 5조 달러 가까이 늘었습니다. 미 행정부도 6조 달러 가까이 부양책에 쏟아부었습니다.

세 번째는 기업 실적입니다. 2분기 S&P500 기업들의 이익은 2019년 동기에 비해서도 30%가량 높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5000 넘은 나스닥, 가장 큰 적은 인프라딜?
다다 이코노미스트는 "통상 장기 금리가 하락할 때는 경제나 기업 실적이 흔들리는 시기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기업 실적은 상당히 견고하고 기록적 수준이다. 이들 세 가지 기둥 중 하나가 흔들리는 걸 실제로 봐야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이 세 가지 요인을 점검해보겠습니다. 우선 실적입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베스트바이는 2분기 순이익 7억3400만 달러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은 2.98달러로 전년 동기(1.65달러)나 시장 예상(1.87달러)을 크게 넘어섰습니다. 매출은 118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9억1000만 달러, 월가 예상치 115억5000만 달러를 상회했습니다. 특히 동일 매장 매출은 19.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주택경기도 가격 상승과 적은 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월 신규 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1.0% 늘어난 연율 70만8000채로 발표된 겁니다. 시장 예상치 70만 채보다 많았습니다. 그리고 6월 수치도 애초 67만6000채에서 70만1000채로 수정됐습니다. 중간값이 39만1000달러로 전년 대비 18%나 증가했지만, 주택 매매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5000 넘은 나스닥, 가장 큰 적은 인프라딜?
전날 발표됐던 7월 기존 주택판매도 판매도 전월 대비 2.0% 증가한 연율 599만 채로 집계돼 2개월째 증가했었습니다.

금리와 유동성은 어떨까요?

이날 미 재무부가 실시한 국채 2년물 입찰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들며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발행 당시 시장 금리가 연 0.253%였는데 사겠다는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 금리는 0.242%까지 내려갔습니다. 응찰률이 2.649배에 달해 지난 번(2.471배), 그리고 이전 여섯 번 평균(2.51배)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외국인이 전체 물량의 60.54% 가져갔는데 이는 200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달에는 52.76%였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5000 넘은 나스닥, 가장 큰 적은 인프라딜?
금리가 낮지만, 여전히 수요가 많은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있지만 아무도 제롬 파월 의장이 이번 회의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테이퍼링 공식 발표가 11월에 나올 확률을 45%, 12월에 나올 확률은 35%, 2022년으로 연기될 확률은 20%로 보고 있습니다. 만약 12월부터 테이퍼링이 시작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릴 때마다 150억 달러 규모를 줄일 경우, 계산상 내년 9월까지는 계속해서 시장 유동성이 확장될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증시에 위험 요인을 꼽으라면 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월가에서는 금리가 높아질 것이란 예상은 여전합니다. 현재의 경제성장률이나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금리는 왜 이렇게 낮게 유지되고 있을까요. 경기 회복 지연 우려, Fed의 계속된 채권 매입 등의 영향이 있을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올해 들어 재무부가 신규 채권 발행을 줄이고 계속해서 일반계좌(TGA)에 쌓여있던 돈을 쓰고 있는 데 따른 영향도 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재무부는 작년 말 TGA에 쌓여있던 1조6000억 달러를 계속 써서 지난달 말 4600억 달러까지 낮춰놓았고 현재 3090억 달러까지 줄었습니다. 지난달 말로 부채한도 유예가 끝난 만큼, 재무부는 더 신규 채권을 발행할 수 없습니다. 들어오는 세수나 기존에 있던 돈만을 쓸 수 있습니다. 이에 재무부는 TGA 계좌에 쌓인 돈을 계속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보면 돈이 계속 공급되어 나오는 겁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5000 넘은 나스닥, 가장 큰 적은 인프라딜?
부채한도 협상은 어쨌든 2021년 회계연도 마지막 달인 다음 달부터 본격화되어 11월까지는 이뤄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TGA 계좌의 돈은 거의 없어질 것입니다. 재무부 계획에 따르면 부채한도가 늘어나면 재무부는 TGA 계좌 잔고를 7500억 달러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입니다. 연말께 재무부가 막대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올해 들어 재무부가 채권 발행을 줄이고 쌓인 돈을 쓰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고 금리가 낮게 유지됐지만, 만약 부채한도가 늘어난 뒤 국채를 찍어 돈을 쌓기 시작하면 시장 유동성이 마르면서 금리가 오를 수 있다"라며 "시장에서는 재무부발 양적긴축(QE)이 다가온다는 얘기도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전날 발표된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에서 경제학자들은 올해 연말 10년물 금리(중간값)을 1.9%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지난 3월 1.45%에서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 그리고 내년 말에는 2.1%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5000 넘은 나스닥, 가장 큰 적은 인프라딜?
특히 더 큰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워싱턴DC입니다.

미 하원은 이날 민주당이 추진하는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사회복지 패키지)을 절차투표에 부쳐 220대 212(민주당 전원 찬성, 공화당 전원 반대)로 예산조정 절차에 따라 처리하기로 가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 법안을 단순 다수결 투표에 부쳐 통과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등 민주당 좌파들이 원하는 내용을 교육과 보육, 헬스케어 확대안 등을 담고 있습니다.

또 상원을 이미 통과한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 법안의 경우 9월27일까지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의장은 그동안 두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기 위해 자체 사회복지 패키지와 초당파 인프라 법안을 함께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좌파들이 사회복지 패키지 없이는 인프라 법안에 찬성하지 않겠다고 압박한 탓입니다.

하지만 지난주 민주당 내 온건파 하원의원 9명이 펠로시 의장에서 서한을 보내 "하원이 초당파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키기 전에는 사회복지 패키지를 지지하지 않겠다"라고 밝혔었습니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공화당과 함께 만든) 인프라 법안을 먼저 통과시키자고 반기를 들었던 겁니다. 하지만 격론 끝에 이날 주장을 접은 것입니다.

다만 이들은 인프라 법안을 9월27일까지 처리키로 시한을 확정하는 승리는 거뒀습니다. 만약 사회복지 패키지의 세부 내용 및 증세 논의가 지연되면 초당파 인프라 법안을 먼저 표결할 수 있을 겁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사회복지 패키지의 구체적 방안을 9월15일까지 확정하기로 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5000 넘은 나스닥, 가장 큰 적은 인프라딜?
현재까지 월가 금융사들은 인프라 법안이 9월 중 하원을 통과하고, 이후 사회복지 패키지는 규모가 1조6000억~2조6000억 달러 수준으로 축소되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 시각이 현재의 금리에 담겨있습니다.

만약 4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이들 법안이 모두 통과된다면 금리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날 10년물 금리가 2년물 입찰 결과가 나온 뒤 잠깐 내려갔다가 다시 연 1.29%까지 상승한 건 워싱턴의 움직임 탓으로 보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3조5000억 달러 패키지에 얼마나 많은 증세 방안이 담기느냐가 관건"이라며 "딜 규모와 증세 규모가 시장 예상을 넘으면 증시에 부정적이고, 증세 방안이 딜 규모에 못 미치면 채권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리가 급등하면 기술주에 특히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한편 이날 중국 기술주들은 급반등했습니다. 그동안 중국의 잇따른 규제 발표로 주가가 반 토막 난 주식들이 즐비했는데 이날은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알리바바가 대표적입니다. 전날 161.09달러로 마감돼 52주 최고가(319.02달러)의 절반 수준에 거래를 마쳤던 알리바바는 이날 6.61% 급등했습니다. 판둬둬는 이날 22.25% 폭등했습니다. 텐센트(9.49%) JD닷컴(14.44%), 바이두(8.63%)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5000 넘은 나스닥, 가장 큰 적은 인프라딜?
첫 번째, 텐센트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발표와 징둥닷컴, 판둬둬의 2분기 실적 호조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 폭등한 게 미국으로도 이어졌습니다. JD닷컴의 2분기 매출은 393억 달러로 26% 나 증가했습니다.

두 번째, 중국 정부의 잇단 규제 속에 중국 기술주를 정리해온 캐시 우드의 아크인베스트가 JD닷컴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세 번째, MSCI의 헨리 페르난데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규제 물결은 매 3~5년마다 발생한다"라고 "이런 규제 흐림이 지나간 직후에는 시장이 바닥을 치고 주식이 새로운 최고가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페르난데스는 인도, 멕시코 등 많은 신흥국이 한때 정부 규제로 투자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됐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의 규제를 지난 10년간 흐름, 그리고 세계 다른 시장에서 겪어온 과정을 고려해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중국은 컴플라이언스(규정 준수)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고 이를 시정하는 단계에 있다. 국가들은 이런 시기를 겪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월가에는 여전히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동 부유'라는 새 목표를 내놓는 등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만큼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규제 위험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관련 자산을 다변화하는 게 좋다는 조언들이 많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주가가 단기에 50%나 떨어졌기 때문에 저가 매수할 타이밍이기는 하지만, 언제 또다시 새로운 규제가 나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지금 중국 정부의 자세를 보면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미국에서 거래되는 중국 상장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정치적, 규제적 위험을 공개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를 경고하는 움직임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