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 첫 출석해 "기자분들 계시냐" 진술 자처…혐의 전면 부인
군검찰과 증거자료 채택 두고도 신경전…법정공방 길어질 듯
'2차가해' 공군 李중사 상관, 법정서 "군검찰, 짜깁기식 기소"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관이 법정에서 군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노 모 준위는 2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2차 기일에 출석해 "(피해자측에서) 고소를 한 이후 저는 수사도 받지 않고 현행범 체포되듯 지금까지 구속수감돼 있다"며 "고소장 적시 내용이 명확하지도 않고, 사실이 아닌데 무슨 이유로 초기에 구속된 것이냐"고 주장했다.

이어 유족측 고소장에 기재된 자신의 혐의와 군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혐의 내용도 달라졌다면서 "(군검찰이) 증거내용을 짜깁기하듯 해서 기소를 제기하기 위해 공소장을 작성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노 준위가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건 국방부가 6월 1일 사건을 이관받아 수사에 착수한 이후 처음이다.

첫 공판은 이달 초 열렸지만, 당시엔 준비기일이어서 노 준위는 출석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재판부가 일부 증거자료 조사를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방청하던 취재진 등이 퇴정하려 하자 "기자분들 계시죠. 제가 지난번 (공판에) 출석을 안해서, 드릴 말씀이 있다"고 불러세우는 등 작심한 듯 이런 입장을 밝혔다.

통상 법정에서 하는 진술은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피고인은 변호인을 통해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하는데, 이번처럼 피고인이 직접 발언한 것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평가된다.

노 준위측 변호인은 이날 노 준위에게 적용된 군인등강제추행, 특가법상 보복협박·면담강요 등 세 가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아울러 피의자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 달라며 보석 허가 결정을 재판부에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군검찰은 "증거조사에서 봤듯 (노 준위의 주장과) 배치되는 많은 증언이 있었고, 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의 판단을 통해 구속된 상태"라며 "피고인은 구속된 이후에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며 노 준위측 주장을 일축했다.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 이 중사 유족측 변호인도 "(노 준위가) 사건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데 대해 유감"이라며 보석불허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노 준위는 숨진 이 중사가 성추행을 당한 이튿날인 3월 3일 강제추행 보고를 받은 뒤 정식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회유·협박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7월 부서 회식 도중 이 중사의 어깨를 감싸 안는 방식으로 성추행한 혐의도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 공소장에 추가됐다.

노 준위는 6월 12일 구속됐고 같은 달 30일 재판에 넘겨졌다.

노 준위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데다 군검찰과 변호인 측이 증거자료 채택을 놓고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법정 공방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내달 3일 오후 1시 30분 심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 기일에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직후 처음 통화한 인물로 알려진 20비행단 동료 부사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