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신규 구독 브랜드 ‘T우주’를 통해 구독 사업을 대거 확장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을 비롯해 쇼핑·식음료·디지털서비스·보험·교육 등 각 분야를 아우르는 구독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SK텔레콤은 25일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오는 31일부터 T우주 구독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박정호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T우주는 다양한 브랜드와 고객이 함께 성장하는 ‘구독 유니버스’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SKT, ‘우주패스’ 구독 내놓는다

‘우주 패스’는 ‘우주패스 올’, ‘우주패스 미니’ 등 두 종류로 나뉜다. 두 상품 모두 아마존 해외 직구 무료배송 혜택과 1만원 할인 쿠폰, 11번가 3000포인트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아마존 배송비 무료 혜택은 월 구매 금액과 횟수에 관계없이 적용된다.
우주패스 미니는 월 4900원으로 우주패스 기본 혜택 두 가지를 제공한다. 여기에다 OTT 서비스인 웨이브 Lite, 구글 원 멤버십 100GB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구글 원 멤버십은 구글 클라우드 등을 쓸 수 있는 서비스로 최근 유료(월 2400원) 전환됐다.

우주패스 올은 월 9900원에 기본 혜택(11번가·아마존·구글 원) 세 가지, 선택 혜택 한 가지를 쓸 수 있다. 이용자별로 개별 구독 상품을 하나를 더하는 식이다. 개별 구독 상품은 매달 바꿔 이용할 수 있다.

우주패스 올, 우주패스 미니 모두 약정 기간은 따로 두지 않았다. SK텔레콤은 향후 구독 패키지를 더 늘릴 계획이다.

윤재웅 SK텔레콤 구독마케팅담당은 “구독 서비스 가치를 모두 합하면 구독 요금보다 훨씬 큰 경제적 혜택을 줄 것”이라며 “파격적인 패키지 구성이라고 자신한다”고 했다.

아마존·구글에 스벅·배민 등도 파트너

SK텔레콤은 개별 구독상품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대기업을 비롯해 스타트업과 협업한다.

우주패스 올을 통해선 이마트,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배달의민족 등 커머스·식음료 파트너사를 통해 월 1만원 안팎 구독 혜택을 적용한다. 스타벅스 구독을 선택하면 월 최대 2회 아메리카노 4+1 혜택을, 배달의민족 구독을 고르면 월 8000원 쿠폰을 받는 식이다.

보험·교육·건강 분야 파트너도 뒀다. AIA 생명의 보험 서비스, 두브레인 교육 상품 할인권, 바이오퍼블릭 영양제 구독권 등을 구독상품으로 마련했다.

스타트업과도 협업한다. 꽃 구독서비스 쿠카와는 꽃다발 정기 배송을, 어바웃펫과는 반려동물용품 구독 상품을 제공한다.

우주패스 본격 출범 후엔 배스킨라빈스, 야놀자, 청소연구소, 링티 등과도 추가 구독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명진 SK텔레콤 구독형상품 컴퍼니장은 “글로벌 빅브랜드부터 스타트업을 총 망라한다는 점이 우주패스의 큰 차별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예희강 크리에이티브커뮤니케이션 그룹장은 “기존 T월드와 T멤버십은 자사 서비스 위주로 혜택을 구성했지만, T우주는 SK텔레콤 이외 파트너사를 대거 키웠다”고 설명했다.

AI·오프라인 매장 활용 큐레이션

제휴처가 여럿인 만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AI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용자가 무엇을 쓸 지 모르겠다면 AI의 추천을 받으라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이용자 데이터, 유사 고객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것을 기반으로 큐레이션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기존 이용자 접점 채널도 활용한다. 오프라인 유통망 일부를 아예 구독 전문 매장으로 바꾸고 있다. 이용자들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구독 상품을 직접 체험하고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윤재웅 담당은 “내년까지 전국에 오프라인 구독 전문 매장을 1000여곳 구축할 것”이라며 “‘스마트 테이블’에서 꼭 맞는 상품을 추천받고, 전문 컨설턴트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겠다”고 했다.

“‘탈통신’ 핵심 비즈니스 모델 될 것”

SK텔레콤은 구독 경제가 ‘탈통신’ 새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5년까지 구독 가입자 3600만명, 거래액은 8조원을 내는게 목표다. SK텔레콤은 이날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지난해 49조원에서 2025년까지 100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대표는 “SK텔레콤이 (통신)회선 외 영역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T우주를 구독 커머스 플랫폼으로 키워 핵심 성장사업 비즈니스모델(BM)으로 자리매김하게 하겠다”고 했다.
T우주 구독 서비스를 SK텔레콤 이동통신 가입 여부와 관계 없이 누구나 쓸 수 있게 한 것도 그래서다. 이동통신과 분리된 서비스로 간주하기 때문에 구독 서비스를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에 포함하지도 않는다. T우주는 인적분할 후 존속회사인 SK텔레콤에서 담당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T우주를 키우면 새로운 BM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초기엔 구독료를 기반으로 제휴사와 이익을 나누고, 판매수수료를 받는 등 ‘마켓플레이스’형 모델로 운영한다. 향후 이용자가 많아지면 인증·결제, AI 데이터기반 광고사업, 인프라 대여 등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유영상 대표는 “현재로서는 대규모 마진을 내는 것보다는 고객 서비스 확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서비스가 확대되면 결제·광고 등에서 새로운 수익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SK텔레콤은 유통 채널이 다양하고 유무선통신 등 다양한 구독 마케팅을 벌여왔다”며 “여기다 AI·DT 역량을 더해 T우주를 생활 전 영역에서 구독 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