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대선 예비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 발표회에서 대선 예비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의 첫 대선 예비후보 발표회인 '국민 약속 비전발표회'가 개최됐다. 발표회에 참석한 대권 주자들은 '문재인 정권 타도'를 외치면서도 이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정권교체를 이룩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도 내비쳤다.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후보 경선 예비후보자 '국민 약속 비전발표회'에는 윤희숙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부동산 의혹 제기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12명의 예비 후보가 참석했다. 각 후보에게는 7분의 자유 발표시간이 주어졌으며 추첨을 통해 △장성민 △안상수 △박찬주 △장기표 △윤석열 △홍준표 △황교안 △박진 △원희룡 △하태경 △최재형 △유승민 후보 순으로 발표가 진행됐다.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후보는 "새로운 정부에는 조국·드루킹·김경수·추미애가 없을 것을 약속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윤 후보는 "정치 권력이 불법과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사법기관에 압력을 가하고 흔드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며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하고, 대통령 측근이 여론조작에 관여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권에 경고한다. 언론자유를 말살하는 언론중재법안을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끝내 처리한다면 엄청난 국민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이 악법의 무효화를 위해 투쟁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후보는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인 공수처, 탈원전 등을 적폐로 규정했다. 홍 후보는 "정치개혁, 강성 귀족 노조 척결 등 해묵은 과제부터 공수처, 탈원전 등 적폐도 청산하겠다"라며 "국가 발전의 염원을 담아 한국을 정상국가로 만들어 선진국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박진 후보는 "오늘을 망친 사람에게 내일을 맡길 수 없다"라면서"국민소득 5만 불 시대 앞당기고 G7 넘어서 G5 진입을 이루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원희룡 후보도 문재인 정부 비판에 합세했다. 원 후보는 "식민지의 참상에서도, 전쟁의 폐허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국민들이 국가의 실패로 인해 꿈을 잃어가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로부터 빼앗겼던 꿈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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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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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후보는 비전 발표에 앞서 "윤희숙 의원은 사퇴 의사를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 후보는 "민주당은 위선의 목소리 조국과 함께 하는 정당이라면 우리는 양심의 목소리 윤희숙과 함께 하는 정당이다"라고 강조한 후 "문재인 정권 이후 청년의 삶은 엉망이 됐다. 청년들이 서울에 집 사려면 70세가 넘어야 한다. 21세기로 돌아가야 대한민국 지킬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볼링에서 스트라이크 치려면 볼링핀 중에서 중간 숨겨진 5번 핀을 때려야 한다. 가운데를 킹핀(king pin)이라고 한다. 노동 개혁을 해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면서 "20세기 계급투쟁에 갇혀 있어서 킹핀을 때리지 못하고 있다. 철밥통을 깨야 일자리 문제가 해결된다. 저성과자, 부적격자 해고가 가능하도록 근로법을 바꿔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저성과자 부적격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겠다"라면서 "노동 개혁으로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두 배로 늘리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두 번의 경선 컷오프를 통해 4명만 남는데 제가 4강 진출할 수 있도록 꼭 도와달라"라면서 "2030 세대의 폭발적 지지를 이끌어 정권교체 반드시 이뤄내겠다"라고 덧붙였다.

일부 후보들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분노의 결집을 넘어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한 정권 교체를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재형 후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부끄러운 정치'가 이뤄지고 있으며 더는 정치가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정권교체는 분노의 결집만으로 이룰 수 없으며 과거 청산뿐만 아니라 미래의 희망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는) 국민의 눈을 속이는 숫자놀음으로 현실 왜곡하고 당장 표가 되는 선심성 정책으로 청년에게 빚만 떠넘겼다"며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노동개혁·연금개혁·교육개혁 모두 실시하겠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유승민 후보는 다가올 대선 정국을 전망하면서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색깔을 빼 나가는 작업이 이뤄져 '문재인'이라는 세 글자가 점점 희미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타도만 외쳤다가 국민의힘은 공중에서 주먹을 휘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내년 대선은 1%의 승부이며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수·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뽑아줘야 한다"며 "저는 감히 중·수·청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후보라고 자부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토론 대신 진행된 비전 발표회는 긴장감이 떨어지고 맹탕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홍 후보는 "이게 무슨 발표회인지... 초등학교 학예회처럼 느껴졌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 발표자였던 유 후보는 자신의 발표만 끝내고 먼저 자리를 뜬 일부 후보를 지적하며 "의리 없이 가신분도 계시지만 (끝까지 남아 있어준) 우리 황교안 후보님, 박찬주 후보님, 또 최재형 후보님, 하태경 후보님 감사하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미나 /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