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문제아' 전락한 르노삼성…"이러다 회사 무너질라" 목소리도
르노삼성자동차가 한국 자동차업계 노사관계 최고 문제아로 낙인찍힐 위기에 빠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한국GM, 쌍용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업체들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르노삼성은 작년 임단협 교섭 조차 끝내지 못했다.

2018년까지만 해도 '노사관계 모범생'이라 불리던 르노삼성이 노사갈등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다른 업체와 비교해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대차, 쌍용차, 한국GM은 올해 임단협을 타결했다. 기아도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상태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최근 임단협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합의를 하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을 월 7만1687만원씩 올리고 격려금 7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기본급 동결 및 일시금 800만원 지급을 제시했다.

노조는 앞서 2년 동안 기본급이 동결돼 이번에는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시간당 인건비가 르노그룹 내 최고 수준인데다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 인상이 어렵다고 맞선다. 기본급을 올릴 경우 향후 생산 물량을 배정받는 데 불이익이 따를 수 있어 일시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기본급 동결을 보상하는 게 낫다는 논리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가 원하는대로 기본급을 올렸다가는 물량을 배정받지 못해 향후 생산량이 확 줄어들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현재 규모의 고용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79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부산공장 생산물량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결과다.

르노삼성은 올해부터 XM3 유럽 물량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과거 닛산 로그를 수탁생산하던 시절 수준의 수익을 내기는 힘든 상황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올해 6만대 이상을 수출할 가능성이 있고, 고정적으로 수출이 되면 르노삼성은 정상궤도에 오른다"며 "문제는 이 물량이 내년 이후 다른 곳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에 있는 르노 공장들도 XM3 유럽 물량을 노리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다면, 르노그룹이 이 물량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르노그룹과 중국 지리자동차가 합작을 하기로 했고 르노삼성도 친환경차 플랫폼을 활용한 신차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지만, 이 역시도 안정적 노사관계가 전제조건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 노사가 빨리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단순히 경쟁력이 떨어지는게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