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숙도 이준석도 ‘눈물’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5일 국회에서 의원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을 만류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범준 기자
< 윤희숙도 이준석도 ‘눈물’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25일 국회에서 의원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을 만류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부친의 부동산 부정 거래 의혹 제기에 반발하면서 ‘의원직 사퇴’ 및 ‘대선 불출마’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사퇴를 만류했지만, 윤 의원은 “정권 교체의 명분을 희화화하는 데 빌미를 주지 않겠다”며 사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

尹 “권익위, 끼워맞추기 조사”

윤 의원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경선 후보 및 의원직에서 내려오겠다고 선언했다. 윤 의원은 “이 시간부터 대통령 후보 경선을 향한 여정을 멈추겠다”며 “국회의원직도 다시 서초갑 지역구민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윤 의원 부친의 토지 매입과 관련해 농지법 위반 및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을 제기한 지 이틀 만이다.

윤 의원은 “저는 이렇게 꺾이지만 국민들이 정치인을 평가할 때 도덕성과 자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 의원은 권익위 발표에 대해서는 “독립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지난 아버님을 엮은 무리수가 야당 의원의 평판을 흠집 내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냐”며 “권익위의 끼워 맞추기 조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아버님은 2016년 농지를 취득했으나 어머님 건강이 갑자기 악화하는 바람에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임대차 계약을 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라며 “그 최전선에서 싸워온 제가 정권 교체 명분을 희화화할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다는 말도 있다’는 질의에는 “제가 생각하는 정치의 모습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당 지도부, 의원직 사퇴 저지 나서

이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동료 의원들은 직접 기자회견장까지 찾아 의원직 사퇴를 만류했다. 이 대표는 “(사퇴를) 다시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윤 의원은 눈물을 흘리며 이 대표에게 “이게 내 정치”라고 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의원직 사퇴 및 대선 후보 중도 하차를 강하게 만류할 것”이라며 “윤 의원은 잘못한 게 없고, 책임질 일도 없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해당 의원이 소유하지도 않았고, 행위의 주체가 되지 않았는데도 연좌의 형태로 이런 의혹 제기를 한 점은 매우 야만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서범수 당대표 비서실장, 허은아 수석대변인을 비롯해 김미애·이종성·정경희·최형두 의원 등이 참석했다.

당내 경선 후보들도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 철회를 요청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비전발표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의원은) 정권 교체와 국민들을 위한 경제정책 수립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분”이라며 “윤 의원께서 많은 분의 바람처럼 그 뜻을 거둬주시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SNS에 “사퇴 의사 철회를 부탁한다”고 썼으며,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문재인 대통령도 농지법 위반을 뭉개고 있는데, 본인 일도 아닌 부모님의 일에 책임지겠다는 뜻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 의원이 사퇴한다고 해도 윤 전 총장이나 최 전 감사원장 캠프에서 영입 1순위로 꼽고 있어 당 대선캠프에서 활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與 “정치 공세 무마용 아니냐”

윤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의원직 사퇴안을 즐겁게 통과시킬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정작 민주당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의원직 사퇴는 본회의 의결 사항으로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찬성해야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회기 중이 아닐 때는 국회의장 허가에 따른다.

하지만 민주당도 권익위 조사에서 의원 12명이 의혹을 받고 있는 터라 윤 의원의 사임이 결정될 경우 민주당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의원직 사퇴의 의미를 모르겠다”며 “비난을 퍼붓기도 그렇고 앞날을 축복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윤 의원의 사퇴 기자회견에 대해 여당의 정치 공세를 무마하기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SNS에 “윤 의원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국민의힘은 눈물겨운 윤 의원 지키기를 하고 있다”며 “‘사퇴 쇼’가 아니라 수사 결과로 결백을 증명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훈/전범진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