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태풍 당시 다리 붕괴 현장에서 인명피해를 막은 박광진씨. 사진=강원경찰 페이스북
지난해 9월 태풍 당시 다리 붕괴 현장에서 인명피해를 막은 박광진씨. 사진=강원경찰 페이스북
지난해 9월 강원도 평창을 강타한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붕괴 위험에 빠진 다리 위에서 차량 통행을 제지해 인명피해를 막은 '의인'의 두 자녀가 나란히 경찰관이 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5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박근민(29), 박미리(27·여) 순경이 동시에 경찰 시험에 합격해 지난 4월 평창경찰서에 배치됐다.

두 사람은 평창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매로,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경찰관'이라는 꿈을 동시에 이뤘고, 그 첫 발령지로 평창경찰서에 함께 오게됐다.
/사진=평창경찰서
/사진=평창경찰서
1차 필기시험에 먼저 합격하고도, 2차 면접시험에서 한번의 고배를 마신 박미리 순경은 당시 "면접 불합격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이렇게 오빠와 동시에 합격해서 고향을 지킨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기쁘다"고 말했다.

남매가 동시에 경찰 시험에 합격해서 같은 초임지로 발령받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이 특별한 사연은 더 있다. 두 남매의 합격 소식에 가장 기뼈했던 부모님 역시 평찰경찰서와 인연이 깊은 사이다.

지난해 9월 태풍 '마이삭'으로 평창 송정교가 유실됐을 때, 차량이 다리를 지나지 못하도록 수신호로 인명피해를 막았던 박광진 부부가 두 남매의 부모님이다.

당시 아버지 박씨는 "오지마세요. 돌아가세요"라고 외치며 차들이 다리에 들어서지 못하게 막았고, 30초후 다리는 붕괴됐다.
나란히 경찰이 된 남매의 아버지는 지난해 9월 태풍 마이삭이 강원도를 강타했을 때 다리 붕괴 현장에서 인명피해를 막은 '의인' 박광진씨다. 사진은 박광진씨 가족사진. /사진=평창경찰서
나란히 경찰이 된 남매의 아버지는 지난해 9월 태풍 마이삭이 강원도를 강타했을 때 다리 붕괴 현장에서 인명피해를 막은 '의인' 박광진씨다. 사진은 박광진씨 가족사진. /사진=평창경찰서
박씨는 다리가 무너진 이후에도 경찰, 소방대원과 함께 차량 통제를 도와 지역민들에게 '평창 송정교 의인'으로 불리며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박광진씨는 "송정교가 무너질 때 다가오는 차량을 막았던 것은 당연히 제가 할 일이었고, 그런데도 많은 관심과 격려를 해주셔서 감사했다"면서 "제가 뜻깊은 일을 해서 하늘에서 복을 준 것 같다"고 남매의 합격 소감을 전했다.

박근민, 박미리 순경은 "부모님처럼 주변에 관심을 두고 고향인 평창의 안전을 위해 더욱더 노력하는 경찰관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