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개미가 돈 못버는 이유
요즘 주가가 비교적 약세지만 최근 코스피지수는 코로나 공포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에 비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3100 근처인 요즘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3월 19일 장중 저점(1439.43)의 두 배가 넘는다. 이것만 보면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주머니도 꽤나 두툼해졌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투자자들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3~10월 개인투자자 약 20만 명의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가격이 이미 급등한 주식을 매수하는 경향이 크고 주가가 오르면 서둘러 팔지만 떨어지면 매도를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의 매수 전 40일간 해당 주식의 수익률이 25.8%였던 반면, 매수 후 40일간 수익률은 11.6%로 크게 낮아졌다. 매수 바로 다음날 이익이 난 투자자의 41%가 바로 팔아치운 데 반해, 손실 난 투자자 중에는 22%만이 손절했다. 한마디로 비싼 주식에 뒤늦게 올라타 주가가 오르면 ‘찔끔’ 먹고 나오고, 주가가 떨어지면 손절은 않고 소위 ‘존버’(계속 버티기)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개미들이 이런 패턴을 따르는 건 ‘탐욕과 공포’라는 인지상정 때문이다. 성공(이익)은 빨리 확정짓고 싶고 실패(손실)는 좀체 인정하려 들지 않는 인간 본성 역시 ‘성공 투자’를 가로막는다. 기업과 시장 분석능력보다 심리가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요즘 ‘주식심리학’이 뜨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식으로 돈 벌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모래알처럼 흩어진 개미들은 기관·외국인과 달리 시장을 움직이는 주도세력이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동학개미운동’이라며 개인들은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사모았고, 올 들어서도 4억 주가량 사들여 개인투자자 지분율이 13%를 넘었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에도 주가는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 비중이 높아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이래저래 개인이 주식으로 수익 내기는 참으로 어렵다. 투자조언을 해준다는 소위 ‘전문가’들 역시 주식투자로 돈을 잘 번다면 굳이 그런 서비스를 할 턱이 없다. 어쩌다 주식으로 인생역전을 이룬 이들은 투자를 대하는 태도가 보통 사람과 다르게 타고났다고 보면 된다. 한 가지 위안거리는 주식투자에 실패했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당신은 지극히 정상인 인지상정을 가진 보통사람이기 때문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