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석·박사들만 다루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앞으로는 만들어진 AI 모델을 누가 더 잘 쓰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학교와 상관없이 AI는 누구나 다뤄야 할 도구가 된 셈이죠.”

김진형 KAIST 명예교수(사진)는 국내 AI·소프트웨어(SW)학계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1973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SW를 연구한 1세대 개발자다. 미국 UCLA에서 AI를 연구한 뒤 1985년부터 2014년까지 KAIST 전산학과 AI연구실을 이끌며 수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물론 AI 연구를 위한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 초대 원장도 지냈다.

그런 김 교수가 다음달 1일부터 사립 전문대학인 인천재능대 총장으로 부임한다. 국내 AI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그가 파격적인 선택을 한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김 교수는 “우리 산업 곳곳은 여전히 ‘현장형 AI 인재’가 부족하다”며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해 전문대학 총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강조하는 AI 현장형 인재는 ‘이미 완성된 AI’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인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오픈AI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누구나 사용 가능한 ‘오픈소스’ AI 기술을 공개하고 있어 AI를 현장에 적용할 방법만 고민하면 된다는 얘기다. 그는 직접 방문한 한 중소 선박회사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선박의 엔진이 이상해졌다는 첫 신호가 소리입니다. 과거엔 인간의 경험으로 이걸 파악해야 했지만, AI가 학습하면 더욱 정확하게 알 수 있어요. 이런 곳이 바로 AI를 다루는 전문 엔지니어가 필요한 분야죠.”

이를 위해서는 SW·코딩 교육을 어릴 때부터 제대로 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지론이다. 학생들이 각자 수학·체육·예술 과목에 흥미를 느끼고 진로를 선택하듯이 초등학교부터 ‘체험형 코딩수업’으로 적성을 찾아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에게 SW·AI 교육을 한다고 AI 인재가 쏟아져 나올 수 있을까. 김 교수는 “물론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다만 숨은 재능을 개화할 기회는 충분히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래 건축학도였던 김 교수도 ‘숨겨진 재능’을 발견해 컴퓨터공학자의 길을 걸었다. 김 교수는 “저처럼 SW를 체험하고 자신의 적성을 발견할 학생이 곳곳에 숨어 있을 것”이라며 “학생들 누구나 직장에서 AI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