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지난 24일 삼성이 공식 발표한 총 240조원 규모의 향후 3개년 투자 계획 중 시장 관심은 반도체에 얼마의 자금을 쓸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삼성이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경쟁에서의 생존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번 투자금액의 60%가량인 150조원을 반도체 분야에 쓸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앞서 삼성이 2018~2020년 3개년 투자 계획을 밝힐 당시 설정한 180조원의 금액 중 100조원을 반도체에 투자한다고 한 비율을 산입해 도출한 것이다.

이 중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에 약 50조원을, 메모리에는 100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19년 삼성전자는 향후 10년 간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5월에는 여기에 38조원을 더해 총 투자 규모를 171조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계획한 171조원을 10년으로 나누면 연평균 17조원이고, 이번에 발표한 3개년 계획에 대입하면 향후 3년 간 시스템반도체에는 51조원가량의 자금이 투입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공식화한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 금액 20조원이 포함돼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이 기간 파운드리에 투자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금액 112조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만 여기에는 변수가 있다. 삼성전자가 10년간 쓰겠다고 밝힌 171조원 규모의 자금을 당겨쓸 수 있어서다. 실제 삼성은 지난 24일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전례 없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시스템반도체는 기존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조기 집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삼성전자 등 19개 기업이 참석한 백악관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AP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삼성전자 등 19개 기업이 참석한 백악관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AP
반도체 투자금액에는 인수합병(M&A)에 쓸 실탄도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의미 있는 기업의 M&A 매물을 물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병훈 삼성전자 IR담당 부사장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한 전화회의(컨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AI), 5G(5세대 통신), 전장 등의 분야를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이번 발표에서도 삼성은 "과감한 M&A를 통해 기술·시장 리더십 강화에 나설 방침"이라고 했다.

올해 불어닥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를 염두에 두고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업체를 인수 후보로 물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대형투자은행 JP모건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를 계기로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수를 물색할 것이며, 이 중에서 NXP가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고 분석한 바 있다.

NXP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미국 텍사스와 애리조나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북미 시장을 겨냥해 미국과 우호적 관계 구축을 원하는 삼성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 평가하는 NXP 인수금액 범위가 70조~80조원으로 다소 높아 이번에 계획한 투자금액 외에 추가 자금을 쏟아야 한다는 것은 걸림돌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 지분 100%를 인수하는 데 9조4000억원을 썼다. 만약 NXP를 인수하려면 하만 인수 때보다도 8배를 더 써야 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