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2심도 실형
이명박 정부 시절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문광섭 박영욱 황성미 부장판사)는 2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 등 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3차장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이 전 차장은 2011∼2012년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하는 이른바 '데이비드슨 사업'과 '연어 사업'에 예산을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데이비드슨 사업에는 4억7천여만원과 1만 달러, 연어 사업에는 8만5천 달러의 국고가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고,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이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2011년 9월 중국을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2012년 2월 일본을 방문한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을 각각 미행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나머지 혐의는 항소심에서도 인정되지 않았다.

야권통합 단체를 주도한 배우 문성근씨 등 당시 정부에 반대 의견을 드러낸 인사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사찰을 벌인 혐의에도 무죄 판결이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세훈 아래에서 일하며 개인적인 자금 사용은 없었던 점, 3차장 재직 중 심리전단에 국고를 횡령한 점은 따로 선고가 이뤄진 점 등의 형평을 고려했다"며 1심보다 줄어든 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은 권 여사와 박 전 시장의 미행 등에 가담한 혐의가 1심에서 무죄로 판결됐지만, 항소심에서는 유죄로 인정돼 징역 6개월의 실형과 자격정지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권양숙과 박원순이 북한과 만난다는 첩보나 국가보안법상 내사에 들어갈 만한 상황도 없었고, 순수한 국정원 업무라고 보기 어려운 정치적 의도가 있던 활동이라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전 차장과 김 전 국장은 국정원 재직 당시 비위 혐의로 기소된 다른 재판에서 각각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