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한 걸음 물러나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
한 세계적인 벤처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는 투자할 때마다 투자 대상 기업의 대표에게 특별한 제안을 한다. 어느 날 자신이 사무실로 찾아갔을 때 대표가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고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고 있으면 투자를 늘려준다는 것이다. 그는 왜 이런 제안을 하는 걸까. 매일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는 비즈니스 전쟁 한복판이지만, 잠시라도 ‘성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과 또 그만큼 성찰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조지프 L. 바다라코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쓴 《스텝 백》은 기업인, 각계 리더를 비롯해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성찰의 중요성을 알리고 그 방법을 제시한다. 하버드대 필독 고전인 《명상록》은 로마 황제이자 철학자인 아우렐리우스가 기록한 일기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생각을 살피고,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인지를 깨닫기 위해 틈틈이 성찰하고 기록했다. 그가 전쟁을 치르면서 통치하던 때였다. “인간의 일생은 그가 생각한 대로 된다”라고 말했듯, 그는 자신과 국가의 운명을 위해 전시에도 성찰에 힘썼다.

하지만 몰아치는 업무를 앞에 두고, 로댕의 조각상처럼 가만히 앉아 성찰하기란 쉽지 않다.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성찰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여러 빛깔의 작은 돌이나 유리를 조각조각 붙여서 완성하는 모자이크처럼 바쁜 일상생활에서 틈틈이 시간을 내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하는 ‘모자이크 성찰’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성찰 방법도 제시한다. 제대로 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한 걸음 물러나기’를 하라고 조언한다. 세부적인 활동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그보다 더 큰 질문이나 사안에 집중하기 위해 살짝 물러나 멀리서 보는 것이다. 또 자신이 최종적으로 내린 결정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에 적합한 것인지를 잠시 멈춰 평가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롤 모델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 보면 무엇을 시작하고, 무엇을 그만둬야 할지도 깨달을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