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삼성의 시계, 이재용의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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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열하루만에 나온 미래과제
리더의 책임 다하겠다는 약속
취약한 경제구조 안전판 기대"
이심기 산업부문장 겸 산업부장
리더의 책임 다하겠다는 약속
취약한 경제구조 안전판 기대"
이심기 산업부문장 겸 산업부장
‘실질적인 지도자(De Facto Leader).’ 외신들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수식할 때 쓰는 표현이다. 공식 직함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삼성을 이끌고 있다는 ‘팩트’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 부회장이 올 1월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재수감되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이 또다시 ‘리더의 공백’을 맞게 됐다고 제목을 뽑았다. 약 7개월 만인 지난 13일 출소하자 리더가 복귀하게 됐다면서 조기 석방이 옳았음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이 예전보다 몸무게가 13㎏이나 줄어든 핼쑥한 모습으로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내놓은 말은 두 마디였다. “걱정과 비난, 우려, 기대를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 해답은 열하루 만에 나왔다. 24일 ‘코로나19 이후 미래준비’라는 제목으로 삼성이 낸 보도자료를 통해서다. 제목은 간략했다. ‘240조원 투자. 4만 명 고용.’ 12쪽 분량의 자료 어디에도 이 부회장의 이름은 없었다. 단 두 개의 숫자로 삼성에 맡겨진 과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알렸다. 그동안 멈췄던 삼성의 시계가 돌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성의 발표문엔 현 상황에 대한 엄중한 인식이 담겨 있다. “반도체는 한 번 경쟁력을 잃으면 재기가 불가능하다. 삼성의 공격적 투자는 ‘생존 전략’이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절대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선언의 이면에는 경쟁자들이 턱밑까지 추격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반도체 없는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이 반면교사다. 1980년대 세계 반도체산업은 일본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1980년대 후반까지 글로벌 상위 10개사 중 톱3를 포함한 6개 기업이 일본 회사였다. 세계 시장점유율과 매출 비중은 절반이 넘었다. 지금은 어떤가. 올 1분기 세계 반도체 톱10(매출액 기준) 중 일본 기업은 한 곳도 없다.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에서 떨어져 나온 키오시아가 15위에 턱걸이하고 있다. 그나마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일본의 반도체 수입 의존도는 65%에 달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자료에는 2030년 일본의 반도체 점유율이 ‘제로’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그래프가 빨간색 점선으로 표시돼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가 정상궤도로 돌아왔다는 소식에 경제계는 안도하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 제조업 설비투자의 약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안전판’이라는 삼성의 진단은 과장이 아니다. ‘240조원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시장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리더 이재용’의 복귀로 긴장감이 감도는 서초사옥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경영시스템이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삼성의 ‘240조원 투자’ 발표 다음날 미국 인텔은 미 국방부의 차세대 반도체 프로그램에 수탁생산(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반도체를 전략 물자로 인식할 뿐 아니라 국방부까지 나서서 인텔을 든든하게 밀어준다는 확실한 신호를 준 것이다.
삼성의 전·현직 CEO(최고경영자)들은 리더의 복귀를 환영하면서도 조직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삼성의 변화를 JY(이재용 부회장의 약칭) 혼자 책임으로 돌리면 아무것도 안된다.” “삼성은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다.” 신랄한 비판이다. “변화 없이 지금의 문화가 유지된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시스템의 삼성’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주주만 450만 명이 넘는다. ‘국민 기업’이 된 무게감도 ‘리더 이재용’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시간표는 어디에 맞춰져 있을까. 이건희 회장의 화두는 강소국이었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한국의 경제구조를 뜻하는 ‘소규모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를 극복할 대안으로 던진 화두다. 전략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업의 역할을 준비하기로 했다는 이 부회장의 공언이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이 부회장이 예전보다 몸무게가 13㎏이나 줄어든 핼쑥한 모습으로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내놓은 말은 두 마디였다. “걱정과 비난, 우려, 기대를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 해답은 열하루 만에 나왔다. 24일 ‘코로나19 이후 미래준비’라는 제목으로 삼성이 낸 보도자료를 통해서다. 제목은 간략했다. ‘240조원 투자. 4만 명 고용.’ 12쪽 분량의 자료 어디에도 이 부회장의 이름은 없었다. 단 두 개의 숫자로 삼성에 맡겨진 과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알렸다. 그동안 멈췄던 삼성의 시계가 돌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성의 발표문엔 현 상황에 대한 엄중한 인식이 담겨 있다. “반도체는 한 번 경쟁력을 잃으면 재기가 불가능하다. 삼성의 공격적 투자는 ‘생존 전략’이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절대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선언의 이면에는 경쟁자들이 턱밑까지 추격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반도체 없는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이 반면교사다. 1980년대 세계 반도체산업은 일본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1980년대 후반까지 글로벌 상위 10개사 중 톱3를 포함한 6개 기업이 일본 회사였다. 세계 시장점유율과 매출 비중은 절반이 넘었다. 지금은 어떤가. 올 1분기 세계 반도체 톱10(매출액 기준) 중 일본 기업은 한 곳도 없다.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에서 떨어져 나온 키오시아가 15위에 턱걸이하고 있다. 그나마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일본의 반도체 수입 의존도는 65%에 달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자료에는 2030년 일본의 반도체 점유율이 ‘제로’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그래프가 빨간색 점선으로 표시돼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가 정상궤도로 돌아왔다는 소식에 경제계는 안도하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 제조업 설비투자의 약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안전판’이라는 삼성의 진단은 과장이 아니다. ‘240조원의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시장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리더 이재용’의 복귀로 긴장감이 감도는 서초사옥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경영시스템이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삼성의 ‘240조원 투자’ 발표 다음날 미국 인텔은 미 국방부의 차세대 반도체 프로그램에 수탁생산(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반도체를 전략 물자로 인식할 뿐 아니라 국방부까지 나서서 인텔을 든든하게 밀어준다는 확실한 신호를 준 것이다.
삼성의 전·현직 CEO(최고경영자)들은 리더의 복귀를 환영하면서도 조직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삼성의 변화를 JY(이재용 부회장의 약칭) 혼자 책임으로 돌리면 아무것도 안된다.” “삼성은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다.” 신랄한 비판이다. “변화 없이 지금의 문화가 유지된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시스템의 삼성’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주주만 450만 명이 넘는다. ‘국민 기업’이 된 무게감도 ‘리더 이재용’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시간표는 어디에 맞춰져 있을까. 이건희 회장의 화두는 강소국이었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한국의 경제구조를 뜻하는 ‘소규모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를 극복할 대안으로 던진 화두다. 전략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업의 역할을 준비하기로 했다는 이 부회장의 공언이 지켜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