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윤수씨, 'AI올림픽' 그랜드마스터 된 경제학도
“게임처럼 대회를 즐겼죠.”

‘인공지능(AI) 올림픽’ 캐글 플랫폼에서 국내 최연소 ‘그랜드마스터’가 탄생했다. 그랜드마스터는 캐글에서 활동하는 AI 개발 전문가 약 16만 명 중 234명(상위 0.15%)만이 누리는 영예다. 한국에서는 여섯 번째 그랜드마스터의 등장이다. 1997년생, 올해 25세의 나이로 글로벌 최정상에 오른 김윤수 씨(사진)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는 상상을 넘어선, 놀라운 일들을 하고 있다”며 “실제 산업 현장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AI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문과생 출신 그랜드마스터다. 대원외국어고를 나와 경제학도(서울대 4년)와 개발자란 두 개의 길을 동시에 걸었다. 처음부터 AI 개발자를 꿈꾸진 않았다. “수학을 조금 좋아하던 평범한 문과생이었다”는 그의 운명을 바꾼 건 2학년 2학기 때 들었던 프로그래밍 교양 수업. “비로소 적성을 찾은 느낌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그해 겨울을 AI와 함께 보냈다. 글로벌 온라인 학습 플랫폼 ‘코세라’의 강의와 딥러닝 기초 서적이 그의 컴퓨터와 책장을 메워나갔다.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아 모든 공부를 혼자 해결해야 했다.

캐글 활동은 이듬해인 2018년부터 시작했다. “이론만 파다 보니 실제 현장과 부딪쳐야 한다”는 절박함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캐글은 구글 산하 AI 알고리즘 대회 플랫폼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 글로벌 기업부터 이름 없는 스타트업까지, 자사가 직면한 문제들을 ‘AI로 풀어달라’고 의뢰하면 대회가 열린다. 세계 각국에서 15만 명의 전문가가 등록해 활동하고 있다. 금메달 5개가 있어야 최고 등급인 그랜드마스터에 오른다. 금메달은 대회별 상위 1%에만 준다.

캐글은 독학 개발자인 그에게 훌륭한 선생님이 됐다.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는 대부분 대회에서 경험을 쌓았다”고 했다. 그를 본격적으로 캐글로 이끈 김상훈 업스테이지 팀장이 ‘사부’ 역할을 했다. 국내 세 번째 그랜드마스터인 김 팀장은 그를 회사 인턴으로 데려와 대회에 함께 출전해 왔다.

김씨는 AI를 ‘끝없는 매혹의 세계’로 정의했다. “누군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을 개발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무궁무진한 분야”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서울대가 개설한 ‘AI 연합전공’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독학 개발자란 꼬리표를 뗐다. 컴퓨터 관련 정식 학위도 받을 계획이다. “졸업하면 구글 같은 세계적 기업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끝을 알 수 없는 게 AI잖아요. 그저 오래도록 즐기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글=이시은/사진=신경훈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