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2년9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1700조원이 넘는 가계대출을 짊어진 개인들의 이자 부담도 커지게 됐다. 당장 금리 인상에 즉각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대출의 비중도 전체의 73%(은행 기준)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폭(0.25%포인트)만큼만 올라도 가계의 이자 부담은 3조1000억원 늘어난다.

'발등의 불' 떨어진 영끌·빚투族…"혼합형 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만"
문제는 차주가 실제 부담하는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장금리가 들썩이면서 국내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올 들어 6월까지 반년 새 이미 0.3%포인트(평균 연 3.46%→3.74%)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 규제를 강화하면서 금융회사들은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자체적으로 금리를 올려왔다.

주택담보대출은 금리 상승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지만, 대출금액이 크고 원리금을 함께 상환해야 하는 만큼 차주가 체감하는 이자 증가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가령 지난해 9월 변동금리 연 2.4%(30년 만기)로 주담대 3억6000만원을 받은 직장인 A씨의 경우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14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뛴다. 한국은행은 개인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전체 가계대출 이자가 11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연체율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은 0.32%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 관계자들은 가계대출 금리 상승에 대비해 “변동금리에서 혼합형 금리로 갈아타라”고 조언했다. 혼합형 금리는 첫 5년간 금리가 고정되다가 이후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방식이다. 당장은 변동금리보다 이자 부담이 다소 크지만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에 대비해 5년간 이자가 고정되는 혼합형 금리가 낫다는 설명이다.

현재 변동금리가 혼합형 금리보다 낮은 것은 한은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반영되는 데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에는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반영되는 구조다. 다음달 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면 10월 15일 발표되는 코픽스 금리에 이 같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예컨대 2017년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12월 4일 인상됐다. 반면 혼합형 금리는 은행채 AAA등급 5년물을 기준으로 주 단위로 금리가 바뀌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되는 특징이 있다. 변동금리 주담대를 보유 중인 개인도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혼합형 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마이너스통장도 금리변동 주기가 6개월짜리인 상품에서 12개월짜리로 바꾸는 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현재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격차가 0.3%포인트 정도인데,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 차주라면 이 정도 격차는 감수하고 고정금리를 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적금 가입을 계획하고 있다면 기준금리 인상이 은행 수신금리에 반영된 이후로 늦추는 편이 낫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 인상을 확인한 뒤 가입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빈난새/박진우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