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할 재화, 즉 교역재가 상대적 우위를 가지려면 생산비를 줄여야 한다. 생산비란 어떤 제품 1단위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 즉 노동소요량을 시간당 임금과 곱한 값이므로 각국은 기술력을 높여 노동소요량을 줄이거나 값싼 노동력으로 임금을 줄임으로써 상대적 생산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중략>
상대적 임금이란 자국의 임금을 상대국의 임금으로 나눈 값이고, 상대적 생산성 우위란 상대국의 노동소요량을 자국의 노동소요량으로 나눈 값인데, 각국은 상대국에 대한 자국의 상대적 생산성 우위가 자국의 상대적 임금보다 높은 제품에 생산비 우위를 갖게 된다. 그리고 각국은 이렇게 상대적 생산비 우위를 갖는 제품을 상대국에 수출하게 된다.<중략>

- 2021학년도 교육청 전국연합학력 평가 -

생산비란 …을 …과 곱한 값… 상대적 임금이란 …을 …으로 나눈 값… 상대적 생산성 우위란 …을 …으로 나눈 값

‘와, 비가 내리네!’와 달리, ‘비가 많이 오네.’는 양을 헤아린 말이다. 어떤 양을 헤아리면 수치를 매길 수가 있는데, 이를 정량화(定量化)라고 한다. ‘비가 OO㎜ 온다.’와 같은 말은 후자를 정량화해서 말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정량화를 세밀하게 하지 않는다. ‘아주, 꽤, 조금, 아주 조금’ 등의 어휘로도 나타낼 수 있는 차이만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학, 과학, 사회학, 경제학 등의 글에서는 그 어휘만으로는 세밀한 차이를 말하는 데 부족하므로 정량화를 세밀하게 한다.

한편, ‘철수 샘은 아들보다 키가 작다’라는 말은 철수 샘의 키와 아들의 키라는 두 대상의 비교, 즉 대상들을 상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글에 쓰인 ‘상대적’이라는 말은 ‘자국의 임금’과 ‘상대국의 임금’, ‘상대국의 노동소요량’과 ‘자국의 노동소요량’을 비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상생활에서와 달리 상대성을 세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는 영역에서는 정량화를 하고 수학적 표현법을 사용한다. 예컨대 ‘철수 샘과 아들의 키는 170:180이다’는 비(比)로, ‘철수 샘의 키는 아들의 0.94이다’는 비율(比率)로 표현하는 것이다. 비율은 ‘170/180’, ‘94%’ 등과 같이 분수나 백분율로도 나타낸다.

정량화와 비 또는 비율을 이해하는 것도 국어 능력이다. 따라서 이에 대해 대비하지 않는다면 국어 성적 향상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각국은 … 노동소요량을 줄이거나 … 임금을 줄임으로써 … 상대적 생산비 우위를 차지… 자국의 상대적 생산성 우위가 자국의 상대적 임금보다 높은 … 생산비 우위를 갖게

우리는 어떤 말을 다른 말로 바꿔 말하기를 자주 한다. 예컨대 ‘공부하다’를 ‘도서관에 있다’라고 말한다. 이 글에서도 ‘각국은 … 노동소요량을 줄이거나 … 임금을 줄임으로써 … 상대적 생산비 우위를 차지’하는 것을, ‘자국의 상대적 생산성 우위가 자국의 상대적 임금보다 높은 … 생산비 우위를 갖게’ 되는 것으로 바꿔 말했다. 두 문장에서 ‘임금’이라는 말은 같이 쓰였으나 ‘노동소요량’과 ‘생산성’은 각각 쓰여 두 문장이 같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 그런 학생은 ‘생산성 우위란 상대국의 노동소요량을 자국의 노동소요량으로 나눈 값’이라는 내용을 소홀히 했을 것이다. 생산성은 생산의 여러 요소를 투입한 양과 그것으로써 이루어진 생산물 산출량의 비율을 말한다. 생산의 요소로 대표적인 것이 노동, 토지, 자본 등인데, 이 글에서는 노동이라는 개념으로 생산성이라는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 학생은, ‘도서관은 공부하는 곳이다’라는 것을 몰라 ‘공부하다’를 ‘도서관에 있다’는 말로 바꾸지 못하는 학생과 같다.(이와 관련하여 ‘환원’이라는 사고법에 대해 알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다음 기회에 설명하겠다.)

그런데 두 문장은 결과적으로 같을지 몰라도, 엄밀히 말하면 미묘하게 다르다. 두 문장을 그래프로 그려 보면 그래프들이 다르다.
(가)는 앞 문장을, (나)는 뒤 문장을 표현한 것이다. ‘상대적 생산성 우위가 … 상대적 임금보다 높은’ 경우 ‘상대적 생산성 우위’에서 ‘상대적 임금’을 빼면 0보다 크다. 이를 활용하면 ‘상대적 생산성 우위 - 상대적 임금’이 크면 클수록 비례해서 ‘상대적 생산비 우위’도 커지기 때문에 (나)와 같은 그래프가 그려진다. 두 그래프의 Y축이 ‘상대적 생산비 우위’로 같은데, 이는 두 문장이 결과적으로 같은 의미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X축이 다르다. (가)는 ‘노동소요량’과 ‘상대적 생산비 우위’, ‘임금’과 ‘상대적 생산비 우위’의 관계를 각각 표현한 것이지만, (나)는 ‘상대적 생산성 우위’와 ‘상대적 임금’ 사이의 관계를 파악한 뒤, 그것과 ‘상대적 생산비 우위’의 관계를 파악한 것이다. 두 문장의 의미가 미묘하게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생산성 우위… 비율… 생산비 우위를 갖게… A국의 상대적 생산성 우위(b/a) … Ⅳ … 0.5

‘속도를 낮추다’는 일상생활에서는 가속도가 아니지만, 물리학에서는 가속도다. 일상생활에서는 속도를 높이는 것을 가속도라고 하지만 물리학에서는 속도를 낮추는 것도 가속도인 것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 학생은 ‘상대적 생산성 우위… 비율’과 ‘생산비 우위를 갖게’에서 쓰인 ‘우위’의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모를 수 있다.

우위(優位)는 일상생활에서 남보다 ‘나은’ 위치나 수준을 말한다. 그런데 이 글의 ‘상대적 생산성 우위… 비율’에서는 남보다 ‘못한’ 것도 우위에 포함된다. 그에 반해 ‘생산비 우위를 갖게’의 ‘우위’는 나은 것만을 말한다. 그럼 우위가 못한 것을 말하는 경우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값을 보면 알 수 있다. ‘비율’이라는 말을 고려할 때 1보다 큰 소수이면 우위가 나은 것을 말하며, 1보다 작은 소수이면 우위가 못한 것을 말한다. 이 글의 표를 보면 ‘A국의 상대적 생산성 우위(b/a)’가 ‘0.5’인 ‘제품Ⅳ’가 있다. ‘A국의 노동소요량’이 ‘18’이고, ‘B국의 노동소요량’이 ‘9’인 걸 보면, ‘제품Ⅳ’를 만들 때 A국은 B국보다 많은 노동을 하므로 생산성이 나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 생산비 우위를 갖는 제품’, 즉 생산비가 나은 제품을 ‘상대국에 수출하게 된다’고 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생산비가 우위에 있지 않은, 즉 못한 제품은 상대국으로부터 수입할 것이다.

이렇게 일상생활과 달리, 반대의 의미까지 포함하는 개념은 비율과 관련한 글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염두에 두고 글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포인트

신철수 성보고 교사
신철수 성보고 교사
① 양을 헤아려 수치를 매기는 정량화(定量化)라는 사고를 표현한 문장이 있음을 알아 두자.

② 수학, 과학, 사회학, 경제학 등에서는 일상적인 어휘만으로는 부족하여 세밀한 정량화를 한다는 것을 유의하자.

③ 상대성을 세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는 영역에서는 정량화를 하고, 비(比) 또는 비율(比率) 등과 같은 수학적 표현법을 사용함을 알아 두자.

④ 개념을 가지고 또 다른 개념을 정의하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하자.

⑤ 비율과 관련한 글에서 반대의 의미까지 포함하는 개념이 있음을 유의하자.

※여기에 제시된 그림들은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실제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