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 '압달라'를 들고 있는 모습.  / 사진=XINHUA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 '압달라'를 들고 있는 모습. / 사진=XINHUA
“이란과 카자흐스탄까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고?”

지금까지 국가별 사용허가를 받은 코로나19 백신은 20여 개다. 개발 주체는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등 대부분 강대국이다. 그런데 의외의 ‘백신 강국’들이 있다. 인구 1000만 명의 작은 섬나라 쿠바를 비롯해 이란·인도·대만·카자흐스탄 등이 자체 백신 개발에 잇달아 성공했다.

‘의료 강국’ 쿠바, 벌써 2개 개발

중남미 ‘백신 1호 국가’인 쿠바는 코로나 백신을 두 개나 개발했다. 핀레이백신연구소가 만든 ‘소베라나2’는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과 표준 파상풍 백신을 융합한 형태다. 쿠바유전⸱생명공학센터가 개발한 ‘압달라’는 수용체 결합 도메인이라는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 조각으로 구성돼 있다.

쿠바 정부가 발표한 예방효과는 소베라나2가 62%, 압달라가 92.28%다. 두 백신 모두 지난 3~4월 3상 임상에 들어갔지만 5월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6월과 7월에 긴급사용을 각각 승인했다. 베네수엘라 등 다른 나라에도 공급하고 있다.

쿠바는 1960년대부터 백신과 의약품 등 생명과학 분야를 집중 지원하며 생산 역량을 키워온 바이오 강국이다. 1980년대 뇌수막염 백신 개발에 이어 간염, 파상풍 등의 백신을 줄줄이 내놨고 코로나 백신 개발까지 성공했다.

중동 국가 중 최대 인구(8500만 명)를 자랑하는 이란도 자체 백신을 빨리 선보였다. 자국 제약사 시파 파메드가 개발한 ‘코비란’을 지난 6월 긴급사용 승인했고, 이란 최고지도자부터 이 백신 접종에 앞장섰다. 이란은 1920년에 파스퇴르연구소를 설립해 결핵과 광견병 예방 백신을 생산했다. 홍역과 볼거리, 인두염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도 자체 개발해왔다.

인도, 올 1월 승인…세계 첫 DNA백신도

인도는 한 발 더 앞섰다. 올 1월에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개발한 ‘코백신’을 긴급승인했다. 며칠 전에는 DNA 기반 코로나 백신인 ‘자이코브-디’까지 내놨다. 자이코브-디는 세계 최초의 DNA 백신이다.

인도는 전 세계 백신의 60%를 생산하는 백신 강국이다. 세계 최대 백신제조사인 세룸인스티튜트는 지난 연말부터 아스트라제네카의 기술을 이전받아 코로나 백신 ‘코비실드’를 생산 중이다.

대만은 지난 7월 자국의 메디젠이 만든 ‘코바이오로직스’의 긴급사용승인을 허가하고 최근 접종에 착수했다. 이 백신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만든 항원 단백질을 몸 안에 주입하는 ‘합성 항원 백신’으로 미국 ‘노바백스’와 비슷한 기술이다.

카자흐스탄도 올 3월 RIBSP의 ‘카즈백’ 3상 임상시험에 돌입한 뒤 4월 말 자국민에게 접종을 시작했다. 최근엔 이웃 나라 키르기스스탄에 2만5000회분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효능엔 의구심…FDA 허가는 화이자뿐

그러나 이들 백신의 효과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코백신과 이란의 코비란은 죽은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이끌어 내는 불활성화 백신으로 효능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같은 방식의 중국산 ‘시노팜’이나 ‘시노백’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대만에서도 자국 백신의 개발이 지나치게 빨리 진행된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대만 당국은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임상시험을 생략한 채 메디젠의 항체 수준을 기존의 ‘아스트라제네카(AZ)’와 비교해 긴급 승인을 내주었다.

접종 횟수에 한계가 있는 백신도 있다. 쿠바의 소베라나2와 인도의 자이코브-디는 3차례나 접종해야 하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품목 허가를 얻은 코로나 백신은 ‘화이자’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접종 중인 ‘모더나’와 ‘얀센’ 백신도 FDA 정식 허가를 신청하거나 준비 중이다.

한국, 빨라야 내년 상반기쯤 가능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승인된 자체 개발 백신이 없다. 개발속도도 느리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 HK이노엔,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큐라티스, 셀리드 등 7개 기업이 임상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빠른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이 임상 3상을 승인받았지만, 국내 접종은 내년 상반기 중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과 에스티팜, GC녹십자 등 3개 기업을 주축으로 출범한 ‘차세대 mRNA 백신 플랫폼 기술 컨소시엄’도 mRNA 백신 개발에 나섰지만 이 또한 내년에야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계와 바이오업계에서는 개발속도에만 집착할 일이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서둘러 사용승인을 받기보다 실질적인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접종할 수 있고 부스터샷(추가접종)에도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