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한국은행)
한국은행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8월 기준금리를 현행 0.5%에서 0.25%포인트 높인 0.75%로 인상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4.0%로 기존 예상치를 유지했고, 소비자물가는 2.1%로 기존 전망치(1.8%)보다 0.3%포인트 높였다.

가계부채 확대와 같은 금융불균형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 금리 인상을 결정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7월 금통위에선 고승범 전 금통위원이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이주열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가까운 시일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7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지만 경기 회복세, 물가 오름세 확대,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다음 회의(8월 금통위) 때부터는 (금리 인상을)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가계부채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집값 하락 가능성까지 경고했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행의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6월말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2분기 말과 비교하면 가계신용은 1년새 168조6000억원이나 불어나면서, 2003년 통계 편제 이래 최대 규모였다.

한은은 올해 4월부터 금융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2월 금통위 의사록에선 한 금통위원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발언이 나왔지만, 4월엔 "금융불균형 우려가 증대돼 통화정책적 차원을 고려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융자 잔고 및 가계대출의 증가 추세를 꺾기 위한 금융위원회의 대출 규제와 한은의 통화 정책 정상화 공조 의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소폭의 조기 인상이 가계 소비에 부담을 오히려 덜 줄 수 있다는 측면에 집중할 것으로, 금통위원들이 주시하는 핵심은 금융불균형"이라고 짚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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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4개월 연속 2%대…백신 접종 속도로 불확실성 감소 예상한 듯

추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파르게 오르게 있다는 점도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유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2.3%를 기록한 후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2.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소비자물가가 2% 이상 오른 것은 2017년 1~5월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들 가능성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백신 접종엔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24일 기준 1차 접종자 수는 2670만명으로 접종률은 52%를 기록했다. 1·2차 백신을 맞은 접종 완료자는 1288만명으로 전 국민의 25.1% 수준이다. 정부는 추석 전 1차 접종률 70%를 달성을 예고하며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40대 이하 예방접종 시기를 15일 가량 앞당겼다. 추석 이후 예약자를 추석 전 접종으로 변경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기자간담회에선 이주열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여지를 남길 가능성도 있다. 이주열 총재는 6월 금통위에선 "기준금리를 1~2번 올린다고 해도 여전히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라며 금리인상을 1차례 이상 단행할 것으로 예고한 바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8월 인상이 진행되더라도 통화당국은 추가 인상에 대한 여지를 남길 것"이라며 "금융안정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인상이라는 분위기의 환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총재 임기 내 한 차례 더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유로존 회복속도가 2022년부터 가시화하면서 국내 성장의 하방리스크를 상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며, 금융안정 측면에선 최소 2회연속 인상 정도는 단행돼야 단기금리의 추가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